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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건 지지성향이 아냐

클라시커 2011. 5. 15. 01:06
오랜만에 라디오를 듣다가 김어준이 새로 시작한다는 꼭지를 들었다. 평소에 '그쪽'에 밝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한동안 '김어준을 MBC가 섭외한 것이 김미화를 쫓아낸 것을 물타기하기 위해'란 설이 돌았다고 한다. 실제로 주위의 몇몇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꺼내며 김어준을 만류했으나, 김어준이 "상관없다. 들어가서 신랄하게 까주겠다"고 하여 섭외가 이루어졌다고도 전한다.

생각해보면, 연예인들이 정치권과의 커넥션을 토대로 정계에 입문하거나 혹은 지원유세에 동반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한 역사는 길다. 또한 정치권이 특정 연예인들은 문제삼는 것도 흔했고. 가령 신중현의 경우에는 후자의 케이스인데, 자신과 관련한 노래를 지어달라는 박정희의 부탁을 거절해 대마 사건에 휘말렸다는 설이 있다. 이주일 같은 경우엔 권력의 탄압과 단맛을 모두 맛 본, 좀 특이한 케이스인데, 연예계 생활 초반에는 '못생겼다', '각하와 닮았다'는 이유로 출연금지를 당했다가 이후에는 인기를 바탕으로 국회의원을 해보기도 한 전력이 있으니 말이다.

이런 사례들이 있는 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인과 연예인의 커넥션이 드러나면 너무 쉽게 그 연예인들을 배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국 같은 경우엔, 고질적인 지역감정과 맞물려[각주:1] '자 진영'의 연예인과 '타 진영'의 연예인이 쉽게 갈리는 것도 같고 말이지. 좀 지루하겠지만 또 예를 들어본다면, 남진과 나훈아는 각각 전라도와 경상도를 대표하는 가수였던 것은 물론이었고, 더불어 야권과 여권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으니까.[각주:2] 연예인이란 것이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또 대중의 열망을 - 비록 그 자신이 원하지는 않지만 - 투영할 수 있는 존재란 점에서 이런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어쩔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과 '바람직하다'고 보는건 또 다르겠다. 지금 이 시점에 대표적인 친노 혹은 친 민주당계 정치인들이 예전에 비해 많은 일감을 갖지 못하는데 비해, 대표적인 친이 혹은 친한나라당계 정치인들이 범정부 차원의 CF들에 앞다투어 등장하는 모습은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과거 정부에서는 진영만 바꾸어 같은 일이 있었다고도 한다. 결국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특정 성향을 가진 혹은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생업에 타격을 입는 셈인데, 이 역시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성향과 연예인을 분리해 사고하는 것이 아닐까. 막말로 최수종이 이명박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가 연기하는 모든 것이 이명박을 미화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반대의 경우 마찬가지다. 대부업체 CF 출연으로 이목을 잠시 모았던 대표적 '친노 연예인' 명계남이, 그 CF 속에서 그렇게 애닯게 부르는 '서민금융을 꿈꿨으나 지금은 영정 속 사진으로만 남은' 사람이 노무현일 리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ps. 그나저나 진보와 친했던 연예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단순히 '친해서' 노회찬을 지지하는 박중훈은 논외로 한다쳐도 이금희나 문소리는 어디에 있나. 사실 내가 고민할 부분은 '이들은 왜, 무엇 때문에 떠났나'일지도.
  1. 다른 나라에도 지역감정이란게 흔하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 나라들에서는 아직 살아보지 않아 이런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본문으로]
  2. 좀 다른 이야기지만, 실제로 남진은 김대중의 선거운동을 열렬하게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