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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 버린 젊은 날

클라시커 2011. 5. 21. 15:30
지난했던 2년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었다. 남들에겐 무슨 날인가 싶겠지만, 여튼 내겐 의미가 있다. 더 이상 도망갈 데도, 피할 데도 없어졌다는 것. 그것 때문이다.

20대 초의 기억에는 빈 공간이 많다. 다양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던 나날들, 그것이 빈 공간들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들은 변화무쌍하게 이동한다. 내 경우엔 이동성이 그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빈 공간'이라 여겨지는 걸테고.

어쨌거나 어제의 소집해제와 함께, 이제는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버렸다. 반십년을 주저앉아 있던 상태에서 곧바로 길고도 먼 레이스에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의지에 따라 이후에도 여전히 서 있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러기엔 내 뇌는 너무 단단하게 기성 사고방식에 절여져 있고, 더불어 내 야망도 크다.

내가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움직이느냐, 멈춰 서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일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움직이느냐도. 동시에 고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고민의 시간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아마도 소집해제일을 맞은 오늘, 후련하다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를 불안감이 생겨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