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이제야 뵙네요. 로마 민박집에 와서 신세가 갑자기 확 펴 버리는 바람에 블로그 글을 쓸 생각을 못하고 있는 차이긴 했습니다.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면, 24일 피사 관람을 마치고 피렌체를 경유해 로마로 왔습니다. 기차 예약을 위해 40분을 기다렸는데, 로마에 와서 다른 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요새는 키오스크로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2008년에 제가 왔을때만 해도 키오스크로 안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오늘(현지시각 26일) 역에 나가서 해보니 정말 됩니다. (유레일 번호를 입력하는 방식.) 위에 레지오날레라 써 있는 기계 말고, 카드사 그림이 있는 기계인데 여기서 밀라노로 나갈때 저도 이 기계를 이용해 볼 생각입니다.
몰아서 쓰는 일기라 별 소개할 건 없고, 할 얘기만 좀 하겠습니다. (혹시 궁금한거 있으면 덧글로 달아주시면 즉시 답변은 해 드립니다.) 24일에 바티칸 투어를 다녀왔는데, 제발 시스티나 성당 내에서 사진 찍지 맙시다. 그거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면 뭐합니까. 찍지 말란 데서 사진 찍어서 참으로 뿌듯들 하시겠군요? 플래시 없이 찍는 사람들은 양반이죠. 대체 플래시 터뜨리는 사람들은 뭡니까? 프레스코화가 얼마나 플래시에 약한지 몰라서들 그렇게 찍는건 아닐텐데 말입니다.
혹시 무령왕릉 가보셨습니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무령왕릉은 물론이고 송산리 고분들의 내부를 들어가 볼 수 있었어요. 근데 몇 년 전에 다시 가보니까 왕릉은 폐쇄하고, 대신 똑같이 복제한 '체험관'이란게 생겼더라고요? 이유인즉슨, 방문객들의 지나친 훼손행위로 인해 왕릉의 보호차원에서 입장을 제한하게 됐다는 겁니다.
시스티나 성당에서도 이런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하세요? 제 짧은 생각으로는 '한 줌도 안되는' 입장객과 수백년을 이어온 거장의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겁니다. 당연하죠. 입장객은 무한정 공급되는데 반해, 아우라를 가진 거장의 작품은 단 하나이고 더이상 생산될 수도 없으니까요. 만약 몇몇의 치기 어린 행동 때문에, 작품의 보호를 이유로 시스티나 성당이 폐쇄되고 대신 '도판' 만이 관광객들에게 공개된다면 이 모든 책임은 물론 당신들에게 있을겁니다. 후손들에게 아우라를 느끼게 할 수 없는 책임 말입니다. 아 물론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당신들까지만 보면 그만일지도 모르죠. 이 개객끼들아. :)
25일에는 로마 투어를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싼 삐에뜨로 대성당의 돔에 올라가보기로 하는데, 가격이 좀 올랐네요. 걸어서 550여개 계단을 올라가는 경우는 입장료 5유로, 200여개의 계단을 엘레베이터를 통해 오르지 않고 나머지 350여개 계단을 오르는 경우에는 입장료 7유로만 지불하면 됩니다.
사실 오전에 갔을때는 성당으로 입장하려는 줄이 싼 삐에뜨로 광장을 반 바퀴나 돌아 포기했었는데, 12시쯤 다시 가니 입장대기줄은 짧아졌더군요. 다만 쿠폴라에 오르려는 줄은 길어서, 무려 세 시간을 기다렸다가 올라가야 했습니다. 물론 내려올때 다시 보니 쿠폴라에 오르려는 줄은 없었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부분 단체관광객들이 오전에 오고, 정오를 즈음한 때에는 크루즈에서 내린 단체관광객들이 온다고 합니다. 오늘(26일) 다녀온 콜로세움에서도 이 법칙은 들어맞더군요. 따라서 좀 한가한 배낭여행객들이라면 오전과 오후 2-3시경까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곳(예, 판테온/제수 성당/비또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등)을 갔다가 이후에 방문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팔라티노 언덕의 '까사 디 아우구스또'는 오후 1시까지만 공개하니, 이 점은 좀 감안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까사 디 아우구스또에는 팔라티노 언덕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당시의 집 내부 벽화를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스페인 광장에 가다보니 이 옆에 있던 아멕스가 공사로 문을 닫았더군요? 한국에서 유로화 표시 여행자수표는 Travelex와 아멕스에서 발급하는데,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아멕스를 많이 취급하는 통에 아멕스 지점을 알아두는건 꽤 중요한 일이죠. 지하철 A선 Cinecitta 역에 위치(Largo Caduti El Almein 9)한 다른 오피스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장이 써 있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콜로세움 역의 뒷 편에는,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사슬 두 개를 현양하고 있는 빈꼴리 성당(Basilica di San Pietro in Vinccoli)이 있습니다. 각각 예루살렘과 로마에서 베드로 성인을 묶었던 사슬이라고 하죠. 이 성당에는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묘를 장식하기 위해 조각했던 모세 상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죠. 사실 이 모세 상의 이마에 뿔이 있는 통에, 그렇잖아도 불경하다는 평을 들었던 미켈란젤로가 신성모독을 하기 위해 뿔을 넣은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낭설이란 주장이 유력하죠. 도상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뿔이란건 회화의 아우라(후광)과 비슷하게 조각에서 성인을 상징하는 빛을 표현하는 방법이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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