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뵙습니다. 여정이 후반부로 가다보니 저녁이 되면 잠들기에 바빠서 포스팅을 제때 하지 못하네요. 마지막 포스트를 올렸을 때가 로마였는데, 지금은 마드리드로 넘어왔습니다. 내일은 바르셀로나로 넘어가는군요. 바르셀로나 다음은 빠리고, 이 여정의 종착지점입니다. 처음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땐 언제 끝날까 싶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길지 않은 시간이었네요.
로마에 가시면 누구나 뻔히 아는 관광지만 가지 마시고, 주변에 있는 성당도 찾아 들어가보시기 바랍니다. 워낙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세계의 중심에 있던 기간이 긴 도시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성당들에 꽤 진귀한 것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앞서 말한 빈꼴리 성당에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있었고 마다메 광장의 옆에 있는 예수회 성당에는 카라바조의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성당들은 입장료가 없기도 하고요. 특히 그때나 지금이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예수회 소속 성당들을 찾아보시는 건 꽤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시간이 되신다면 보르게제 미술관도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조각으로는 정말 세계 최고 수준의 컬렉션을 자랑하니까요!)
커피가 없으면 하루를 시작하지 못하는 엄마 덕분에, 판테온 옆에 있는 타짜 도로(Tazza D'oro)를 들러봅니다. 호텔 판테온 옆에 위치해 있는 이 커피집에서 먹을 수 있는 별미로는 우리나라 냉면육수 냉장고에 담겨, 살얼음이 언 달달한 커피와 생크림을 담아주는 게 되겠네요. 대략 2.50 유로 정도 합니다. 물론 에스프레소나 카페 아메리카노 역시 훌륭한 맛을 자랑합니다. 레바캉스 가이드북에 따르면 로마에서 에스프레소 맛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하는군요.
밀라노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여정이었기 때문에, 밀라노를 들립니다. 밀라노 하면 당연히 최후의 만찬이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찌에 교회를 가야죠. 아직은 최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당일 취소분이 자주 난다고는 합니다만 그래도 안전하게 예약을 미리 하고 갔습니다. 홈페이지 예약가능 티켓 수보다 전화 예약가능 티켓 수가 훨씬 많은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랄까요.
밀라노에서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봉변을 당했는데, 두오모 광장에서 물건을 파는 흑형들이 생각보다 사납더군요. 어지간한 곳에서 물건 파는 흑형들은 '됐다, 고맙다'고 말하면 권하다 말았는데, 여기 형들은 끝까지 권합니다. 제가 좀 강하게 말했더니 '셧 업'이라고 외쳐주시기 까지 하더군요. 덕분에 밀라노는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도시가 되어버렸네요.
말펜사 셔틀을 타고 말펜사 공항에 갔는데, 비가 왔습니다. 보딩까지 마친 상태라 모두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지금은 못 뜨겠다'며 공항 대기실로 돌아가달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그렇게 말한지 10분 만에 다시 보딩을 시작했다는 거랄까... 게다가 비행기가 터미널에 도킹(?)하지 않고, 비행장 가운데에 있던 탓에 비행기를 타기 위해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저가항공이 이런 일이 좀 자주 있다더니... 08년에 런던 개트윅에서 아테네 공항 갈때도 4시간이나 연착되어 본의아니게 공항에서 노숙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또 재밌는 기억을 하나 남겨주는 이지젯이었습니다.
로마에서 만난 아가씨가 '마드리드에는 흑형들이 너무 많아서 무서워요.'라 말해서 조금 긴장하고 들어간 마드리드. 하지만 오히려 로마보다 100배는 낫다는 인상을 갖게 됩니다. 정말 이탈리아 사람들 불친절한데다가, 지하철 역사는 더럽기가 이루말할 수가 없는데 스페인 사람들은 친절하고, 도시는 깔끔하네요.
첫 날은 프라도 미술관-티센 미술관-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이렇게 마드리드의 3개 미술관을 정복(!)합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고, 이거 참 무리한 계획이었죠. 아침 10시에 들어간 프라도 미술관에서 15시에 나오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다행히 레이나 소피아가 21시까지 개관한 덕에 19시에 폐관하는 티센을 먼저 들렀다가 레이나 소피아에 갑니다. 요새 가이드북에는 어떻게 나와있는지 모르지만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19시 이후에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은 무료로 입장을 시켜주더군요. 프라도 미술관도 18시 이후에 무료로 입장시킨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음날은 자전거나라를 이용해 톨마투어(톨레도-마드리드)를 나섰습니다. '봉가이드'의 인솔로 진행된 이 투어, 생각보다 정말 괜찮았어요. 처음엔 이 봉가이드가 덩치도 큰데다 인상도 좀 강해서 '응? 저 양반이 정말 가이드?'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 분 정말 톨레도에서 강한 모습 보여주십니다. 추천해준 음식점도 정말 괜찮았고, 톨레도 카테드랄 내에서 해주는 설명도 꽤 자세하고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 분이 천주교 신자라 하던데 종교적 편향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개신교 신자가 설명하는 이탈리아/스페인과 천주교 신자가 설명하는 이탈리아/스페인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식만 있으면 유신론자든 무신론자든 할 수 있는게 '안내'라지만, 그래도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체험이라는 요소를 느낄 수가 있거든요. 알고 있는 것에 자신의 경험/체험이 녹아야 더 큰 울림을 주기 마련입니다. 그 점에서는 아무래도 가이드의 종교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여름 성수기에 이뤄지는 톨마투어는 자체차량을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에, 자칫 지칠 수 있는 여정에 싱그러움을 더해줍니다. 유럽에서 받아본 자전거나라 투어 중에 가장 편히 재밌게 볼 수 있었던 투어였어요.
오늘은 세고비아를 다녀왔는데, 서너시간 정도면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도시입니다. AVE를 이용하면 30분 만에도 간다지만, 역이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결국 버스만큼 시간은 걸릴 것으로 판단됩니다. 게다가 기차 예약비도 비싸고요. 따라서 마드리드-세고비아 이동은 익히 알고 계신 것처럼 Principe Pio에서 버스를 이용하시는게 가장 무난하리라 여겨집니다.
대부분 세고비아 내에서 버스를 탈 것을 권유하지만, 컨디션이 좋으시다면 걸으십시오. 로마수도교에서 알 까사르까지는 지도상으로 끝에서 끝이지만 걸으면 20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로마수도교-알까사르 구간이 세고비아 도심을 통과하는 루트기 때문에 심심하지도 않습니다.
참, 저는 코치니요 아사도를 마요르 광장의 호세 마히아에서 먹었습니다. 1시쯤 가니 예약을 하지 않아도 들어가 식사를 할 수 있더군요. 가격은 저렴하진 않지만 왕도 찾을 만큼 세고비아에서는 인정받는 코치니요 아사도 전문점이라고 하니, 한 번 들러보세요.
마드리드에 돌아오니 호텔 앞 도로인 그랑 비아 도로의 차량 통행이 차단되네요. 뭘 하나 싶어 보고 있었더니, 오늘 여기에서 게이 퍼레이드가 있는 모양입니다. 국교가 가톨릭이라 할 정도로 가톨릭의 비중이 높은 나라이지만, 퀴어의 비중이 전 국민의 10%가 되는 곳이 스페인이라더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합니다. 어제 잠깐 트위터에도 올렸던 이야기입니다만, 게이 더러 함부로 불쾌하다고 하지 마세요. 일단 게이들도 눈이 있고요. 게이들이 당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없지 않습니까.
커버리지가 오렌지나 보다폰, 모비스타보다 좁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모비스타와의 협정으로 Yoigo 커버리지 바깥에서는 모비스타 망을 빌려 쓴다고 합니다. 실제로 세고비아를 오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 큰 문제없이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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