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11, 유럽

6월 21일, 베네치아 (베네토) / 6월 22일, 피렌체 (토스카나) / 6월 23일, 피사 (토스카나)

클라시커 2011. 6. 24. 09:00

피렌체 호스텔 인터넷 사정이 영 좋지 않아 이제야 소식을 올리는군요. 인터넷 속도를 따지면 정말 한국 바깥을 나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현재는 로마의 한인 민박인데, 인터넷 속도가 괜찮군요.


현재 베네치아는 비엔날레 기간 중입니다. 6월 초부터 시작해 11월까지 하는, 장장 5개월 간의 긴 전시여정을 가지고 있죠. 사실 한국에서는 광주 비엔날레도 꼬박꼬박 안 갑니다만, 언제 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기간 동안 베네치아를 올까 싶어 일단 참가하도록 합니다. 올해의 경우에는 Arsenale와 Giardini 두 곳에서 하는데요. 원래 Giardini가 비엔날레 본 행사장이었으나, 참가국과 작가들이 회를 거듭할 수록 늘어남에 따라 Giardini에서 모두를 수용할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Arsenale에서도 분산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각주:1] 최근에는 이도 모자라 비엔날레 전시장 바깥인 베네치아 시 곳곳에서도 작가들과 몇몇 국가들이 초대전을 열고 있습니다.


바포레또 Giardini나 Arsenale에서 내려서 가시면 되고요. 홈페이지를 보면 Ponte dei Pensieri 매표소가 한가하다고 되어 있으나, 찾아가기 힘듭니다. (...) 대략 비엔날레 행사장을 기준으로 하면, 이탈리아 국가관이 있는 곳 바로 옆이고... Arsenale와 Giardini의 사이에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찾아가는 길은 골목을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혹시나 싶어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사진의 GPS 태그가 잡히지 않았네요. 어쨌거나 요금은 학생 12유로, 성인 20유로입니다. 베네치아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18유로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참, 베네치아 아까데미아 미술관과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성당에 있던 틴토레토의 그림(아까데미아 미술관 - 성 마르코의 유해 /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성당 - 최후의 만찬)은 비엔날레 전시 본관에 옮겨져 전시되고 있습니다. 올해 미술감독의 선택이라고 하는군요.




▲ 한국관입니다.


▲ 한국관에 전시된 '피에타'.


▲ 비엔날레 본 전시장.



비엔날레 관람을 마치고는 피렌체로 향합니다. 피렌체에서는 PLUS Florence에서 묵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시설은 깨끗한 편이나, 이전의 뮌헨 웜뱃에 비해 좋은 편은 아니고요. 스탭들도 좀 '묘하게' 친절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침식사가 뷔페로 제공되는데 인당 6유로를 내야 한다는 점과 빨래(세탁+건조)가 7유로지만 세탁비누비 0.50유로를 따로 받는다는 거겠죠. 숙박비도 그다지 저렴하진 않은 편이라, 차라리 근처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호텔은 냉방이라도 확실하게 되니까요.)


피렌체에서는 자전거나라투어를 이용했습니다. 현재 3달 정도 된, 베타운영 중인 투어라고 하는데요. 다른 도시와 달리 중간에 자유시간이 대략 6시간 정도 주어집니다.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투어 도중에 입장하는 곳은 우피찌 미술관이 전부고, 여러분이 애타게 그리워하는 브루넬리스키의 두오모나 기타 아까데미아 미술관 같은건 자유시간에 입장하면 됩니다. 자유시간 후에는 버스를 타고 미켈란젤로 광장에 가서 야경을 보고, 걸어내려와 레푸블리카 광장에서 투어를 마치는군요.


자칫 조금 헐거운 여정이라 생각될 수도 있겠으나, 여름이 타 관광지에 비해 더운 피렌체[각주:2]에서 이뤄지는 여정인 만큼 중간에 휴식시간을 두는건 꽤 괜찮은 생각이라는 판단이 듭니다. 미술관 관람 역시, 이탈리아에 올 즈음이면 다른 미술관/박물관에 치여 있을 즈음인데 가이드의 설명을 따라 핵심적인 작품들만 보는 것은 꽤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생각되네요.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는데, 한국사람들이 브루넬리스키의 두오모에 환장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영화 때문인건 알고, 여행은 즐기기 나름이라는거 잘 압니다. 하지만 오를때마다 쥰세이/아오이 찾으며 '그 노래를 들어야 해!'라는 발언이 근 10년 가까이 옆에서 들리는게 - 이렇게 말하면 반드시 까이겠지만 - 이젠 좀 식상하고 천박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본 피렌체의 야경. 좌측으로 베끼오 다리가 우측으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이 보인다.


▲ 빛이 흐르는 아르노 강과 그 위를 지나는 베끼오 다리.


피렌체 투어를 마친 다음날엔 피사에 갑니다. 사실 이탈리아의 상징이라 하면, 이 피사의 사탑을 빼놓을 수 없죠. 피사의 사탑에 올라볼 수 있는데요. 20분 간격으로 40명 정도만 들여보내기 때문에,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려면 많이 기다리거나 혹은 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하는게 좋겠지요. 다만 온라인에서 구입할 경우에는 예약비 2유로가 붙어 17유로를 주고 구매해야 합니다. (원래는 15유로)


사실 올라가 본 개인적인 경험만 이야기하면, 꼭 올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사탑의 정수리에 올라가서 보는 피사의 전경을 경험할 수는 있죠. 또한 올라가보면 갈릴레이가 사탑에서 중력실험을 했다는게 말도 안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탑의 테라스 부분에는 난간이 없어 떨어지기가 쉽게 생겼던데, 아무리 호기심이 가득한 갈릴레이일지라도 목숨을 걸고 실험하지 않았을테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마칩니다. 어째 독일에 있을때보다 제 성격이 더 피폐해져 가는 것 같군요. 기분 탓이겠죠. (사실 독일이 그립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시원했어요!)



▲ 이탈리아의 상징, 피사의 사탑.


  1. Giardini에서는 국가전이, Arsenale에서는 초청작가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다만 이탈리아와 중국의 전시관은 Giardini에 있습니다. [본문으로]
  2. 피렌체는 분지지형이라 오히려 피렌체보다 남쪽에 위치한 로마보다 더 덥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