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2015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클라시커 2015. 7. 21. 00:14

기업인수합병의 동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경영전략적 동기


기업내부자원의 활용에 의한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외적성장전략의 한 방안으로서 인수합병을 고려하거나, 전략적으로 비효율적인 부문을 매각하고 기존기업의 효율적 부문(인재, 업종)을 인수합병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이익의 극대화를 도모하거나, 글로벌경영을 위해 해외 유망기업을 인수합병하여 현지진출을 위한 비용을 절감하거나, 경영자의 능력부족이나 조직의 비능률/비효율성 때문에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외부기업을 인수하여 활용하기 위함이거나, 막대한 R&D 비용을 줄여보고자 기술을 보유한 외부기업을 인수합병하여 기술도입을 조기에 달성하기 위하여.


2) 영업적 동기


동종업종과의 수평적 결합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거나 혹은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함이거나, 신규기업일 경우 시장진입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기 위하여.


3) 재무적 동기


현금흐름의 상관도가 적은 두 기업을 합병하여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함이거나, 또는 부채비율이 낮고 기술가치가 큰 기업을 인수하여 자금조달능력을 높이고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함이거나,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기업을 인수 후 정상화하여 재매각함으로써 큰 자본이득을 실현하고자 함이거나,  피인수기업의 입장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보유주식을 매각하고 상속세나 증여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기 위하여.



이번 삼성물산X제일모직의 합병은 위 세 가지 동기에 대응되는 것이 없다.


마지막 재무적 동기에 끼워맞출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합병을 진행한 측의 입장은 피인수기업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팔아 현금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에버랜드 전환사채로 입수한 상당수의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 지분 아래에 피인수기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두어 한 자리수 지분으로 그룹사 전체를 지배하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여 오너의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거대한 기업 두 개가, 오로지 안정적인 세습을 위해 회사를 합쳤다고 하는데 과연 이런 식의 경영이 두 회사에 얼마나 밝은 미래를 가져다 줄 지 잘 모르겠다.


더불어 사업내용이 훨씬 탄탄한 삼성물산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고, 상대적으로 사업내용이 빈곤한 제일모직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1 : 0.35의 주가교환비율을 상정한 것.


동기 종합상사의 영업이익이 최소 200억 이상을 상회할 때에 겨우 3억 밖에 벌지 못했다거나 (대우인터 1108억, LG상사 209억) 동기 건설사의 영업이익이 최소 640억 이상을 상회할 때에 겨우 455억 밖에 벌지 못한 점. (현대건설 1236억, 대림산업 646억)


삼성물산 측은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고 이야기했지만, 동종 업계의 실적을 볼 때에 지나치게 차이가 많이 나는 실적이었다.

(게다가 삼성물산은 분명히 상사-건설 두 부문을 영위하고 있는데 왜 건설경기만 언급하고 있었던 건지.)



실제로 회사 입장에서도 초반에는 기업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장밋빛미래를 제시하다 그것이 옹졸한지를 지들도 알았는지 급격히 '외국계 헤지펀드 대 국내 토종 자본'의 구도로 선회하여 선전하기 시작.


노무현 정부 당시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될 때에, '한국도 이제 금융산업을 키워 글로벌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던 언론들은 물주의 입장이 난처해지자 '국내 자본을 외국인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해괴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한때 꿈꿨던 회사고, 내 실력이 부족해서 입사를 거절당했지만 이 꼴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회사가 미래가 있는 회사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물론 절대 망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끊임없이 굴러가는 회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