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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記/2015

무엇이 좋은 보고서인가 - '대통령 보고서' 감상

몇 차례의 면접에서 보고서를 작성해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내 글을 몇 차례 읽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겠지만, 나는 간결하고 명확하게 문장을 짓지 못한다. 잰체 하느라 아는 것을 몽땅 집어넣느라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자꾸 만연체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그걸 다 어떻게 알아요?'라는 놀람 섞인 질문을 받으면 뭐 하는가. 목차와 색인이 없는 사전은 누구도 읽고싶어 하지 않는데.


취업준비로 벌써 1년의 시간을 흘려 보냈다.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그동안 '나나 경쟁자들이나 그 수준이 그 수준이지 뭐'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무언가 레퍼런스를 통해 스스로를 다잡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 끝에 위 책을 찾았다. '최고 두뇌들은 어떻게 보고서를 쓰는가'라는 부제가 다소선정적이었지만, 수없이 많은 보고서를 다뤄야 하는 실무부처에서 내놓은 책이라는 점에서 읽어봐야 할 것 같았다.


(해당 사진의 저작권은 출판사인 '위즈덤 하우스'에 있습니다.)


내용은 사실 평이하다. 어떤 보고서가 좋은 보고서인지, 그런 좋은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처야 하는지, 보고서를 내기 전에 챙겨봐야 할 것은 어떤 것인지를 코멘트하는 것이 전부다. 다만 보고서 작성에 관하여, 다른 저자들이 쓴 도서들보다는 그 사례가 매우 구체적이다. 다른 책들은 마인드맵 사용법이나 제목 짓는 법 같은 - 물론 이것들이 필요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 보고서 작성의 기술적 측면에 집중한다면, 이 책은 보고서의 논리적 구성에 집중하고 있고 보고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보고서의 양식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비서실이나 행정부처에서 작성하는 보고서 중, 잘못된 부분을 친절히 표시하여 일일히 왜 부족한지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이다. 나처럼 보고서 초보들에게는 다소 난이도가 있을 법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보고서 작성에 익숙해져 있으나 그 질적 완결성을 한껏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유용한 가이드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비단 이 책의 상세한 서술 뿐만은 아니다. 책을 읽으며, 당시 행정부가 얼마나 기능적으로 고도화되어 있었으며 동시에 얼마나 개방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편의 보고서를 모든 행정부처가 막힘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표준서식을 제정한 사례라던가, 쏟아지는 보고서들을 굴비 엮듯 잘 엮어 해당 정책의 마일스톤을 제공하는 'e知園 (이지원)'의 존재는 효율적인 행정부 구축의 사례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한번쯤은 임기중 '작은 일도 직접 챙긴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려 애썼지만, 이렇게 세심하게 핵심적인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통령은 아마도 노무현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이와 함께, - 비록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노무현과 생각이 달랐지만 - '대통령과 함께 읽는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정책고객들과 내용을 공유하고자 하는 당시 청와대의 노력 역시 다시 한 번 조명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보가 공개되면 무척 성가시다. 정책의 제목만 새어나가도 골치인데, 그 세세한 내용과 청와대 측의 입장까지 공개하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무척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원래 민주주의의 속성은 효율성 및 신속함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적으로 따졌을때 낭비인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정책이 합의를 통해 수용되어야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고 또 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는게 아닐까.


- 간평 :

보고서에 관한 서적 중 가장 고도화되고 정격적인 보고서에 대해 쉽게 풀어쓴 책이다. 노무현 시대에 대한 향수가 없거나, 오히려 노무현이 싫은 사람이라도 좋은 보고서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은 읽어봄직 하다.


- 추신 :

구글링을 하다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 분인 임춘택 교수님이 한국과학기술인연합에 올려놓으신 글을 발견했다.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pds&no=312) 임춘택 교수님의 댓글을 보면, 이 책은 해당 게시물의 첨부파일을 읽기 좋게 풀어쓴 것이라고 한다. 책을 읽은 입장에서 첨부파일을 보니, 그 말이 맞다 싶다. 혹시나 첨부파일 다운로드가 안된다면, 부산광역시교육청에 올라온 링크를 공유하니 시도해보길 권한다. (http://gyayak.pen.go.kr/uploadfile/OTHERS/O_20071005_1.hwp)


더불어 노무현 재단에서는 '대통령과 함께 읽는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http://www.knowhow.or.kr/rmhworld/bbs/view.php?tn=t7&pri_no=999496587) 어떤 주제의 보고서들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찾아보고, 나라면 어떻게 썼을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듯 하다.



대통령 보고서

저자
노무현대통령비서실 보고서 품질향상 연구팀 지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 2007-07-13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보고서 작성의 어려움’이라 하면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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