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2020

총선에 즈음하여

클라시커 2020. 4. 13. 12:17

열린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또는 더불어시민당) 관련한 이야기다. 오전에 출근하면서 뉴스공장을 들었는데, 김진애 박사가 서운한 감정을 공장장에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그럴만 하다 했다. 오랫동안 김어준을 지켜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점이 이번 총선에서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열린민주당에 대하여 언급하는 걸 본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중 더러는 '김어준이 민주당 편만 든다'고 섭섭해하고, 더러는 '김어준이 변절했다'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자신들이 기대해왔던 '총수' 또는 '공장장'으로서의 모습과 현재 국면에서의 김어준이 내놓는 메세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지점이다. 사람만 보는 정치. 사람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어디 그게 가당키나 하든가. 다들 가슴을 쥐어 뜯으며 '너무 이른 시기에 나온 대통령'이라며 안타까워 하는 이유가 뭐였는지. 아무리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이더라도 주변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개인이 얼마나 큰 좌절을 겪는지. 이미 겪어봤으니 모를 바는 없지 않나 싶은데 좀 이상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열린민주당 몇몇 후보[각주:1]는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자신('열린민주당')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해석을 내놓던데, 이건 조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발언이다. 원래 새 세력은 기존 세력을 가리켜 '기득권에 매몰된 세력'이라고 비난한다. 특히나 열린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같이 공동의 타겟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관계에서 선명성을 드러내는 데에는 이만한 워딩이 없다. 그럼에도 이 말이 새롭다며 앞뒤 따지지 않고 달려드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일부러 저러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더 있는 것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인기가 없는 사람이지만) 이해찬 대표가 말하길, "선거 때가 되면 멀쩡한 사람도 맛이 간다"고들 했다. 이해찬 대표는 정치인들을 가리켜 한 말이지만, 나는 유권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은 선의의 욕망에서 나오는 한 때의 해프닝이겠지만, 굳이 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특히나 한국과 같이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한 기회가 보장된 고도의 민주사회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각자 하고 싶은대로 투표하면 된다. 이 말이 하고 싶었다. 물론 나는 이미 사전투표했지만.

 

+ 정치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가 올 초에 엄청나게 큰 변고를 맞았었다. 내가 그렇게 하면 안되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 최대한 주변에 딱히 내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상대방이 내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요새 우려스러운 일이 있어 못내 말을 꺼낸다.

  1. 주진형, 황희석, 최강욱 등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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