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학생 2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시험에서 고작 10% 정도만이 교과서를 이용하여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많은 커뮤니티에 이를 두고 통탄하는 내용의 글과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글이 엇갈려 올라오고 있습니다. 통탄하는 쪽에서는 텍스트 보다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짧은 문장과 영상이 주로 소비되는 최근의 패턴을 지목하고 있고, 이를 반박하는 쪽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요즘 것들은 못 써먹겠다'는 말을 했다"며 문해력에 대한 지적이 부당하다는 논지를 펴고 있습니다.
방송을 다 보지는 않아서 조심스럽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된 문해력을 갖추고 혼자서 교과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학생이 10% 나 된다고 해서 좀 놀랐습니다. 학생의 수학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이 매년 11월에 있고, 여기서 '의미있는' 수준의 고등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에 입학할 수 있는 성적을 내는 학생은 1%가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엘리트주의'냐, 또는 '인서울 대학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거냐'고 성토하실테지만, 사실이 그러니까요. 2021학년도 기준으로 전국 4년제 대학교의 정원보다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의 수가 약 20만 명 적을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전문대 정원까지 포함해도 1.6만 명이 적었습니다. 물론 입시학원의 추정치므로 아마도 실제는 다소 차이가 있었을 것입니다만, 인구 감소세가 빨라지며 전국 대학이 정원 미달을 겪을 것이라는 대전제는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한참 시끄러웠던 교육부 주도의 부실대학 정리사업이 조용한 것이, 굳이 정부가 나서 대학을 정리하지 않더라도 빠른 인구 감소세에 따른 자연도태가 더 효율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요. 1
예전이야 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 가면 좋은 직장이 보장된다는 그럴듯한 명제라도 있었다고 합니다만, 요즘 그런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좋은 대학'의 의미도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대표 구성원이 서울대와 KAIST, 포스텍에 치중되었다는 기사는 이를 방증합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 아니면 지방거점국립대만 나와도 먹고 살 수 있을거라며 엄지를 치켜세워주는 시대도 이제 끝나버린 셈입니다.
방송에서 문해력이 부족한 것을 어떻게 설명해나갔는지는 방송을 봐야 알겠습니다만, 커뮤니티에서 옮겨다니는 글만 볼 때에 '문해력의 부족'을 단지 '학습능력'에만 한정지어 소비하는 상황이 그래서 조금 의아합니다. 그리고 문해력을 갖추었을때 얻을 수 있는 이점보다도 문해력이 부족한 것을 지적하는 말만 무성한 것도 아쉽습니다.
- 대학내일, '2021학년도, 대학가에 ‘위기’가 닥쳐온다', www.dh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01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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