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2021

[서평] 꼭 글 잘 쓰는 독종이 되어야 합니까?

클라시커 2021. 4. 1. 23:00

제목이 매력적이어서 리디북스에서 근 2년 전쯤 구매하고 쳐박아 두었었다. 올 새해에는 책을 한 권이라도 좀 읽자는 생각으로 꺼내 읽었는데, 일단 제목만큼 강렬한 책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총평이다.

 

일본에서 글쓰기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일본인 저자의 책을 번역한 책인데, 신문이나 비평문을 찾아 읽어봐야 한다는 조언은, '신문을 들어 논설문을 읽어보자'는 NIE 시대의 산물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아 옛 정취가 느껴졌다. 잘 나간다던 족벌일간지가 ABC협회와 작당하여 구독부수를 부풀리고 있는 작금의 세태에서 돌이켜보면 정말로 허무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책 전반에서 계속 강조하는 '많이 읽고 많이 쓰자'는 메시지는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텍스트보다는 영상과 음성이 더 친숙한 시대고, 영상과 음성이 텍스트에 비해 더 많은 정보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되려 그 그 많은 정보량의 표현이 독자가 상상하고 고민하여 받아들이는 길을 열어주기보다는 발화자의 의도에 갇히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발화자의 상상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지만, 수용자의 상상력은 일정정도 제한되는 환경에서는 일부 강렬한 발화자가 여론의 전반을 주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고상하게 표현하면 '문화자본을 많이 보유한 소수의 강자만이 득세하는 '문화적 올리가키'의 출현'이라고 해야 할까?

 

시종일관 엄격하게 텍스트 읽기와 글쓰기를 지도하던 선생님은 힘이 들었나보다. 책 말미에 가서는 내용을 풀어가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다.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굳이 살 이유는 없는 책인 이유 중 하나다.

 

 

사담이지만, 문득 2011년에 썼던 레포트 포스트를 읽고 놀랐다. 생각보다 잘 썼더라. 한때는 기자가 된답시고 손석춘의 책도 사다 읽고 그랬던 것 같은데 부질없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그러면 학창시절의 나로 조금이라도 돌아갈 수 있으려나. 지금 생각하는 수준보다 예전의 수준이 더 높아보인다니, 정말 창피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