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2021

머지 사태로 전금법 개정이 빨라질 수도

클라시커 2021. 8. 19. 14:21

2021년 8월 11일 클리앙에 썼던 글을 옮겨 놓습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6404355

 

머지 사태로 전금법 개정이 빨라질 수도 있겠네요 : 클리앙

작년 말에 윤관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안이 제출된지 9개월이 다 되었지만 아직까지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초 올 상반기 개정이 목표였으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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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윤관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안이 제출된지 9개월이 다 되었지만 아직까지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초 올 상반기 개정이 목표였으나 지연되는 표면적인 이유는 전금업자의 권한을 기존 전금법 대비 대폭 강화(지급결제업 도입, 소액후불결제업무 시행 제한적 허용 등)하는 내용 때문에 은행업/여전업권을 중심으로 네이버, 카카오로 상징되는 이른바 빅테크 기업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 - 은행업/여전업과 유사한 업무를 하지만 규제가 적다는 의미에서 - 는 반발이 크기 때문이고, 정부 내부적으로도 그간 전금업을 고유업무로 보고 권한을 행사해 온 한국은행과 혁신금융을 기치로 발을 뻗고 싶어하는 금융위 간의 알력다툼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기존 전금법의 주요 목표였던 전자화폐('K-CASH') 시절부터 오프라인 화폐 외에 온라인 지급결제역무나 청산 등 전자금융업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보여온 터고, 더욱이 최근 CBDC를 추진하고 있는 입장에서 전자금융의 중요성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빼앗기기 싫은게 당연할 겁니다.

 

다만, 주요 쟁점 외에도 윤관석 안에는 전금업자가 준수해야 할 소비자 보호의무에 대해서도 법제화가 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한데, 앞서 이야기 한 주요 쟁점과 해당 플레이어 때문에 소비자 보호 내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전금업이 태어난 2007년 경 20개 밖에 되지 않았던 전금업자가 XX페이, OO페이 등 온라인 간편결제가 성행하며 2021년 8월 현재 164개가 등록된 상태인데, 이 중에는 티머니나 네이버파이낸셜, 비바리퍼블리카, 카카오페이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으로 외감 등을 받아 충전금의 운용 내역을 감사받는 준수한 기업도 있는 반면에 일반에게 생소한 기업들도 있고 소비자가 이들에게 충전한 금액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조차 확인할 수 없는 기업들도 상당합니다.

 

이에 따라 개정 전금법은 이용자의 충전금(이용자예탁금)을 고유자산과 회계적으로 분리하여 기표하는 것은 물론, 은행 등 외부 관리기관에 별도 예치하거나 혹은 지급보증에 가입하는 등 어느 정도의 소비자보호 의무를 준수할 것을 법제화 하였습니다. 만약 머지가 개정된 전금법 하에서 전금업자로 등록하여 동일한 사업을 하고 있었다면 적어도 이용자예탁금에 대한 지급불능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확실한 법적 장치는 마련될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 전금법 대비 개정 전금법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머지포인트를 운영하는 머지플러스(주)가 전금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운영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현업에서 유사한 질의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해 본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잘 아시는 분이 클리앙에 계실 것이라고 보는데, 어디까지나 현업에서 경험한 것에 바탕을 둔 것이니 전적으로 믿지 말아주시고 혹시나 정확하게 정정해주실 분이 있으시면 댓글이나 쪽지로 정정 부탁드립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관계는 특이한데, 법률상 금융위원회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설치되고 금융위가 금감원을 지도감독할 권한이 있긴 하지만, 국무총리실 소속의 정부기관인 금융위와 달리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서 감독대상인 금융기관으로부터 감독분담금을 받아 운영하는 독립기관입니다. 관치금융 오해를 피하기 위한 조처인데요. 두 기관의 역할은 나뉘어 있어서, 개략적으로 금융전반적인 정책은 금융위가 행사하고 해당 정책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관리감독하는 역할은 금감원이 하고 있습니다.

 

전금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전금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전금법 제28조 각호에 따라 금융위에 전금업자로 등록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등록한 전금업자는 전금법령을 준수하고 있는지, 예컨대 물리적 보안요건 등 전금업자로서 지켜야 할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등을 금감원으로부터 관리감독 받습니다.

 

문제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분담이 너무 잘 되어 있다는 겁니다. 제 경우, 제휴요청이 들어온 업체와 협의를 하는 도중 전금업자가 영위할 수 없는 B/M이라 판단되어 해당 업체의 전금업자 등록여부 및 사업진행가능여부를 금감원과 금융위에 동시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적이 있었는데, 금감원에서는 '전금업자 등록여부는 금융위의 소관사항이라 본 원에서는 답하기 어려우며, 사업진행가능여부 역시 전금업자인지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답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금융위로부터는 '해당 사업이 현행법령 위반인지 판단하는 것은 본 원의 영역이 아닌, 금감원의 역할이므로 답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머지플러스(주)의 상황도 위와 유사한데요. 금감원 입장에서는 머지플러스(주)가 등록된 전금업자인지는 알 수 있으나 - 거의 매달 전금업 등록말소현황이 공개되고 있으니까요 - 이 업체가 현재 등록과정에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등록과 허가는 금융위 소관이거든요. 금융위 역시 이 사업이 전금업자만 할 수 있는 사업인지 판단할 권한이 없으므로 문제를 삼을 이유가 없던겁니다. 즉, 역할이 나뉘어 있고 두 기관에게 애매하게 걸리는 이번 머지 건의 경우에는 두 기관에서 자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이상에는 먼저 움직이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담으로, 최근에 디지털금융관련 법률 교육을 많이 찾아 듣고 있는데, 시장의 상황은 두 가지로 돌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자본력이 좋은 기업은 유명 로펌에게 의뢰하여 상당히 빠르게 대처하거나 또는 법의 모호한 지점을 뚫고 새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 반면에, 자본력이 없거나 한 중소기업들은 그냥저냥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금융관련 법률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사업을 지속하다가 감독당국에게 지적받고 그제서야 수정하거나 또는 사업을 중단하더라고요. 저는 후자 쪽에 있는 입장인데 좀 많이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