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2022

반지성주의의 중심에서 지성주의를 외치다

클라시커 2022. 5. 11. 22:13

강압적인 문 정부의 백신접종 정책을 규탄하며 백신패스 전면철폐를 주장 국민의 힘 의원들 ⓒTV서울

 

엊그제 취임하신 우리 각하께서 민주주의의 적으로 '반지성주의'를 지목하시었습니다. 반지성주의란 무엇이냐, 여러 정의가 있겠습니다만, 어떤 현상에 대해 쉽고 간단한 설명을 좇다 못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배격하고 단 한 가지의 단순한 원인만을 그저 모든 원인으로 받아들이고 믿는 태도라는 정재승 교수의 정의가 그나마 간단해 보입니다.

 

반지성주의가 근세에 득세한 실제적 사례로는 트럼프 말기에 미국 의사당을 점거하였던 큐어넌의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고, 가깝게는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빌 게이츠의 명령에 잠식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잘도 믿는 우리 근처의 안티백서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백신을 맞지 않는 것을 민주주의의 고유 가치인 자유권의 행사인 것처럼 주장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민주주의에서 권리는 늘 상대적이며, 그들에게 맞지 않을 자유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역시도 있는 법이죠.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자유권만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따질 수 있는 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사례가 있느냐. 우리 각하 역시 반지성주의의 물결 속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가카의 선거기간 동안 구호를 보십시오. 단 한 번도 '문재인'을 빼놓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문재인이 잘못했기 때문에 자신은 그것의 반대로 하겠다는 것이 우리 각하 주장의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만, 사람들은 그 주장에 매료되었습니다. 앞서 반지성주의와 지성주의에 대해 뭐라고 정의했던가요? 지성주의는 어떤 현상에 대해 있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따져보고 고민하는 것이라고 정의했고, 반지성주의는 그런 지성주의를 배격하고 단 하나의 원인만을 단순하게 모든 것의 원인으로 합리화하려는 태도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문재인'. 각하를 뽑은 사람에게 '원인'이란 그것 하나였습니다. 그야말로 '반지성주의'에 딱 맞아 떨어지는 사례 아니던가요?

 

그런 분이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일갈을 하시다니, 대체 이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이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다음의 포석은 '자신을 지지하는 것은 지성인이요, 반대하는 것은 반지성이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분법적 주장이 횡행하지 않을까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논리는 이런 식일 겁니다.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마침 검사들인데, 검사들은 똑똑한 사람들이다. 좋은 학교를 나와서 사법시험을 합격한 사람들이기 떄문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에 시시콜콜 따지고 나서는 것은 곧 반지성이다. 라고요. 어디 1호선 구석에서 유튜브로 들려올 법한 주장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