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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속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

클라시커 2008. 10. 4. 23:51

  안타까운 또 한 명의 영혼이 세상을 등졌다. 이십 여 년을 우리 곁에 있었던 사람인지라, 떠나는 순간도 절친한 벗을 잃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죽음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언제나 연예인들과 최후를 함께했던 사신(死神), '악성 루머'가 또 등장했다.

  악성 루머에 희생된 영혼은 오늘의 그녀가 처음은 아니었다.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들도 그랬다. 우리는 연예인들이 돈을 먹고 자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연예인들은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결국엔 그것이 순환하여 자본을 벌어들이는 기제로 작용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들에게 팬들의 열정이 큰 힘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연예인들로서는 인기를 얻어야겠다는 그들의 욕망 뒤에 자리잡은 비난에 대한 중압감이 견디기 힘든 일일 것이다. 내가 사랑을 받아야겠다는 욕심이 큰 만큼, 받아들이지 않고 내치는 것에 대한 반작용강도도 거세기 때문이다.

  이런 한 편에는 이른바 '최진실법'의 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힘자랑이 있다. 물론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 좋은 타이밍을 배경으로 이전부터 벼뤄왔던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해내겠다는 여당과 이를 반대하는 야당의 의견차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연신 방송가에서는 일부 네티즌들의 '악성댓글'을 성토하고 있다. 네티즌들 역시 이를 둘러싸고 양 편으로 갈려 많은 담론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번 일을 바라보는 내 생각은 간단하다. 방아쇠와 총탄은 구분해야 한다. 총을 쏘는 것은 방아쇠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총탄이다.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규제하는 것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그래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총기 소지를 금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