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5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시세밑이 되면 으레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송구영신'입니다만,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임기제인지라 함부로 내다버릴 수가 없더군요. 원체 비겁자라 어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못나가고 KBS랑 칼라TV만 켜놓고 지켜보고 있는데, 역시나 기분만 엄청 상하고 말았습니다. 보신각 종이 서른 세 번 타종되는 순간에, KBS에서는 '희망의 나라로'란 독일 가곡을 불러주더군요. 노래 가사를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희망의 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자유, 평등, 평화, 행복'이 '가득'해야 하는데 과연 내년에 저 전제조건들이 충족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우울한 한 해가 되겠습니다만, 죽지는 마세요. 신께서는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고통만 인간에게 주신답디다. 그말인 즉슨, 언젠가는 우리도 MB를 쓰러뜨..

몇 가지 도상에 관한 몇 가지 코멘트 -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보고 (시안)

한양대의 임지현 교수는 역사상 모든 독재 정권이 다 대중의 암묵적 동의하에 건설되었다는 ‘대중독재론’을 펼친 바 있다. 애초에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은, 순전히 브이가 지니고 있는 대중관이 이 임지현의 대중독재론과 유사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이런 시시껄렁한 나의 잡학적 호기심에서 발동했다. 줄거리 미래,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 규범을 벗어났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어디론가 끌려가고, 거리 곳곳에 카메라와 도청 장치가 설치되어 모든 이들이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평온한 삶을 유지한다. 어느 날, ‘이비’라는 소녀가 위험에 처하자 어디선가 한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준다. 재빠른 칼놀림, 명석한 두뇌와 모..

'호국불교'란 수식어가 난 왜 이렇게 어색하지?

더위와 올림픽으로 인해 식었던 광장을 불교계가 다시 달구고 있다. MB정권의 막되먹은 종교 편향 행위에 인내심이 다한 불자들이 거리로 나서 '정교분리'와 '국교없음'을 명시한 헌법을 준수하라며 MB에게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소강상태로 접어든 촛불집회의 불씨를 불교계가 되살리고 있다고 칭찬하며, '역시 호국불교다'란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그 '호국불교'란 수식어가 참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투쟁의 과정에서 한 명의 '내 편'을 얻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전쟁이란 것도 멀리서 바라보면 결국 세력싸움이기 때문에, 내 편을 더 많이 갖는 사람이 대부분 이기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내 적의 적은, 곧 나의 동지'라는 전쟁격언도 있을까. 그런데 이런 말..

시차적응이 안된다

Tchaikovsky - 1812 Overture Op.49 지휘 : 레너드 번스타인 후반부 3분 30초 분량만 잘라서 업로딩 유럽에서 돌아오자 마자 해야 할 것들이 마치 벽처럼 내 눈앞에 선다. 개강 준비나 현 정권과의 지지부진한 밀고 당기기 - 물론 MB씨는 내가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 말고도 시차적응이라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여하간 해외 여행 경험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몇 번의 사례로 볼 때 나는 그닥 시차적응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비근한 예로 캐나다에 갔었을 때도 밴쿠버에 도착한 첫 날은 물론이거니와 돌아와서도 그닥 장애없이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시차적응을 제대로 못한 탓에 사흘째 새벽 컴퓨터질 중이다. 하기사 원래도 블로그에 글들을 새벽에 ..

왜 진보신당인가? - (2) 진보신당의 성장 가능성

이 글은 2008/06/12 - [시작, 2008] - 왜 진보신당인가? - (1)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버린 이유의 후속편격이다. 앞 글에서는 진보신당의 가입 이전의 나의 정당생활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두었다. 별 내용은 없지만, 관심이 있으면 읽어보라. 4월 9일, 진보신당은 믿었던 심상정-노회찬 두 후보의 낙선 · 정당지지율 3% 획득 실패(실제 2.94%)로 한 명의 의원도 내지 못했다. 그들이 버리고 뛰쳐나온 민주노동당의 사정도 좋지 못했다. 물론 수성에 성공한 권영길, 이방호라는 거성을 무너뜨린 강달프의 존재가 돋보이긴 했지만 17대 총선 당시 10석이라는 쾌거를 이뤘던 거에 비교하면 이번 18대 총선의 5석은 진보정당의 입지가 엄청나게 좁아져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쨌거나 처참한 결과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