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휴가로 찾아온 모처럼의 가족여행, 그러나 계획은 하나도 세우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던 차에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는 겸사하여 김해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곳에 가는 발걸음이 이토록 무겁지는 않으련만. 세 시간을 달려 봉하마을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찾은 것은 '아방궁'이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애초부터 아방궁이 있었는가. 아무리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행복'하다지만, 이럴땐 제발 보고 믿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오가는 사람들이 분주한 가운데 한 켠에 사람들이 어떤 것을 두고 빙 둘러 서 있었다. 5월 23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기념물 때문이었다. 그 '아주 작은 비석'을 보기 위해 다가가니 눈에 많이 익은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사람의 눈은 오늘도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