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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방황중 작년 중순에서 말까지, 엄청나게 방황했던 시절이 있었다. 회사 가기가 끔찍하게 싫었고, 누구도 내 말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정말 유치하기가 짝이 없다. 고작 내 편이 없는 것 같다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했으니까. 하긴 꼭 그 '편'이라는게 사람이라는 법은 없다. 나는 내 마음을 어딘가에 두고 싶었다. 미치도록 지루하게 떠다녀야 하는 상황이 싫었고, 어딘가에 안정적으로 두 발을 디딘 채 서고 싶었다. 연말에는 그럴 일이 좀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줄 알았다. 물론 그건 착각이다. 여전히 멍청하게도, 나는 회사가 나에게 무엇을 많이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스꽝스러운 인용이지만, 이 시점에 곱씹어 볼만한 인용이 있다. 바로 케네디의..
흐르는 시간, 달라지길 바라며 어느덧 2017년입니다. 직전 글을 쓴 게 12월 말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중순이네요. 요즘은 대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업무에 변동이 있어서 정신이 좀 없기도 하고, 그간 신경쓰지 않았던 일에 관심도 가져보려고 하니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하루 종일 뭘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보면 벌써 내일 출근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됩니다. 기가 막힌 일입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잊혀질 것은 잊혀지고 또다시 새로운 어떤 것은 찾아옵니다. 가버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오는 것에도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L은 이런 저더러 '그렇게 흙바닥에서 구르는 것 같아도 레벨업은 꾸준히 하고 있다는 거지'라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 너에게 글이라는 것, 감정을 짜내어 기호로 표현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잉여 감정이 없을 때에는 그럴 법한 문장이 나오질 않는다. 어느 때고 보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일 때에는 기호수용자의 어떠한 선을 침범하여 넘어가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글의 방향은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문장에 힘이 실리고, 문단이 가지런해진다. 말을 좇는 데에 들어가는 주의력은 글을 좇는 데에 들어가는 그것보다 가볍다. 말은 분위기를 타지만, 글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글의 수용력은 그것을 만지는 사람의 능력에 철저하게 좌우된다. 기호수용자들에게, 글을 쓰는 사람의 능력은 다이달로스의 미궁과 그 안을 헤메는, 테세우스의 옷자락 끝에 붙은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와 같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구분되지 않는 공간을 결정짓고, 가지 않아야..
교통카드와 Alias (2/15) 출근을 위해 거의 매일 광역버스를 타는데, 가끔 '미승인 카드입니다'라는 메세지 때문에 버스비 지불을 못하는 경우를 본다. 글 쓰느라 구글링해보니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꽤 되는 모양이다. 이런 일은 왜 발생할까. 설명이 좀 길어질 것 같아 답부터 먼저 이야기하면, 해당 단말기에 그 카드의 Alias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교통카드 기능이 되는 카드는 우리가 카드에서 보는 카드번호 외에 별도의 번호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특허청 등록 기준으로는 이 번호를 가리켜 '메모리 주소'라고 일컫고, 업계에서는 그냥 Alias라 부른다. 맞다. 미드 '앨리어스'의 그 앨리어스. 너와 나를 구분하는 구분자. 애초 메모리가 지금처럼 확장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던 시절에, 15~16자리인 카드 번호를 10자리로 압축..
교통카드의 종류 (1/15) - Project 'FEEDBACK'의 본론으로서는 첫 글. 교통카드의 사용을 가능케 하는 기술은 RF다. RF의 세부 내용에 관해서는 앞서 두 포스팅에서 상세히 다룬 바가 있으므로, 오늘은 교통카드의 종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서울에 교통카드가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 사용된 기술은 NXP반도체(구 '필립스' 였으나 이후 분사함)의 '마이페어Mifare'다. 서울버스조합에서 내놓은 유패스는 이 마이페어의 초기 버전인 '마이페어 클래식Mifare Classic'를 상용화한 세계 최초의 교통카드다. 다만 현재는 마이페어 클래식이 사용되지 않는데, 마이페어 방식은 단순히 메모리 방식으로 카드 내에 삽입되어 있는 기억소자에 잔액의 입출금만을 기록할 뿐 암호화나 해당 거래의 부당여부를 판독하는 연산기능이 ..
청탁금지법에 관하여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사흘이 지났다. 업무특성상 공공기관과 접촉할 일이 많아서인지 우리 회사도 이례적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관련법 강의를 네 차례나 열었고,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해당 법에 대한 관심 또한 뜨거웠다. 해당 법률에 대한 관심은 우리 회사 업무 담당자만 뜨거웠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기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청탁금지법이 발효된 28일부터 기자들이 써놓은 관련기사의 수는 무려 64,000건. 일평균 21,000건의 기사가 김영란법을 키워드로 한 셈이다. 권익위나 경찰청 등 유권기관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를 받아쓴 식의 중복 기사도 다수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참 많은 수다. 언론의 청탁금지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새삼 엿볼 수 ..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 - 9월편 18시. 여느 때처럼 퇴근하려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데 내선 전화가 울렸다. 사업팀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 주신 선임님은 요새 상품이 생각보다 안 팔리는거 같은데 이번달 말까지 추세가 어떨 것 같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짐짓, '그래서 뭐 어쩌라고'의 표정을 잠깐 지었다가 '월초에 연휴여서 그런게 아니겠느냐'는 상투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전화가 마무리 될 때 쯤, 대뜸 사업팀 선임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선임님이 잘 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괜한 걱정을 했나봐요." 나는 쑥스러워서 '왜 이러시냐, 일 더 시키시려고 이러는 게 아니냐.'고 농을 쳤지만 예상치 못한 칭찬에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불현듯 지난 9개월을 돌아보게 되었다. 입사 3개월만에 퇴사를 고민했..
[prologue] 부지런한 글쓰기를 위하여 윤종신은 여러 가지 활동 때문에 정작 자신의 본업인 음악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에 '월간윤종신'으로 대응했다. 나는 그의 움직임을 예전처럼 수 년의 준비기간을 걸쳐 수 곡이 담긴 앨범을 한 장씩 내놓는 것은 불가한 상황 속에서, 작은 목표달성을 통해 궁극적으로 큰 목표인 '꾸준한 음악활동'을 이루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했다. 비슷하게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이 보유한 항상성(homeostasis) 때문에 큰 결심이 자꾸만 좌절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인간은 계(界) 속에서 변수를 적절히 통제하여 내부 환경을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일정하게 움직이려는 생존 본능이 있으므로, 큰 변화를 가져오는 굳은 결심을 본능적으로 좌절시킨다는 논리였다. 이들이 어떻게 되든, 나는 두 논리를 종합하여 작은 마커 포인트를 일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