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11, 유럽

6월 8일, 인천-베이징-코펜하겐-프랑크푸르트

클라시커 2011. 6. 9. 14:31

프랑크푸르트의 숙소에서 편안히 자고 일어나니, 어제 일이 꿈만 같다. 거의 24시간 동안의 이동. 나도 코펜하겐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갈 쯤엔 거의 죽을 듯이 피곤해했는데, 같이 간 엄마는 오죽했을까 싶다. 그래도 잘 주무시고 아침에 좋은 컨디션 보이시는걸 보니, 아직까진 괜찮으신 모양이다.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를 오는 길은 SAS 베이징 경유편을 이용했다. 베이징과 코펜하겐에서 두 번이나 환승하는 비행편이기 때문에 나도 출발 전에 많은 정보를 검색해서 도움을 받았는데, 경험한 입장에서 검색해서 얻은 것들과 내가 실제로 경험한 여정의 차이를 간단히 서술한다.

첫번째 차이는 인천공항 아시아나카운터에서 있었다. SAS가 국내 취항을 하지 않은 항공사이기 때문에, 이 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베이징이나 도쿄로 먼저 이동해야 한다. 이때 아시아나를 비롯한 스타얼라이언스 계열의 항공사와 대한항공 등을 이용할 수 있는데 내가 검색해 봤을때는 아시아나나 에어차이나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체크인 시 인천부터 프랑크푸르트 까지의 전 여정을 발권한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달랐다. 아시아나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니, 짐만 최종목적지인 프랑크푸르트까지 연결해주고 SAS 보딩패스는 첫번째 SAS 탑승공항인 베이징 쇼우두공항에서 받으라고 했다.


베이징에서 환승을, 긴장할 필요 없다

일단 쇼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입국신고서를 쓰라고 나눠주는데, 환승고객은 작성할 필요가 없으니 안 받아도 된다.

스타얼라이언스 계열의 경우 대부분 3터미널에 도착하고, 대한항공의 경우 2터미널이 도착 터미널이다. 그런데 SAS는 3터미널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대한항공의 경우, 터미널 간 이동을 반드시 해야하는데 터미널 간 이동 셔틀버스가 입국장 바깥에 있다는게 함정이라면 함정. 따라서 인천-베이징 대한항공 탑승자의 경우에는 일단 입국심사대를 거쳐 입국장 바깥으로 나왔다가 3터미널로 이동한 후 SAS 카운터에서 보딩패스를 발권받고 다시 입국심사를 받아야 한다.[각주:1] 따라서 SAS로 환승할 생각이라면 애당초 예약부터 이를 감안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인천-베이징 대한항공 탑승자의 베이징 공항 SAS 환승 관련 포스트 : http://j.mp/iEsbpt

인천-베이징 구간의 스타얼라이언스 계열 이용자의 경우, 일단 비행기에서 내리면 한글로 '환승'이라 써 있는 팻말이 있다. 이를 쭉 따라가다보면 국제환승자를 위한 전용 입국심사대가 있는데, 그 전 쯤에 환승센터라고 작은 카운터가 있다. 보딩패스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여기에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짐표를 제시하면 나머지 베이징-코펜하겐, 코펜하겐-프랑크푸르트 구간의 보딩패스를 발권해 준다.


베이징 쇼우두 공항에서 환승을 위해 기다리던 중 찍은 사진

▲ 베이징 쇼우두 공항에서 환승을 위해 기다리던 중 찍은 사진



이제 이 보딩패스를 받고, 국제선 환승객 전용 입국심사대를 거치자. 중국의 관(官)들이 무뚝뚝하거나 불친절한거야 원래 유명하니 굳이 언급하진 않는다. 내 경우에는 별 것을 묻진 않고, 다만 베이징까지 타고 온 비행기의 편명을 묻고는 사진촬영을 하더니 보딩패스와 여권에 입국도장을 찍어줬다. 말하기 귀찮은 사람들은 그냥 여권과 보딩패스, 그리고 이티켓을 함께 제출하면 될 것 같다.

입국심사대 뒤 편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바로 보안검색대를 마주한다. 보안검색대 초입에 데스크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 다시 여권과 보딩패스를 제출해야 한다. 환승이라 그런지 매우 까다로운 보안검색을 거치는데, 내 경우엔 사람이 없어서 그랬는지 가방 안에 든 것을 모두 꺼내서 다시 스캔을 하기도 했다. 애바카스나 토파즈 같은, 항공 예약 및 발권 프로그램(CRS) 홈페이지에 가면 "베이징 환승편의 경우 체류시간이 최소 3시간 이상 되도록 발권하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아마도 이렇게 까다로운 보안검색 탓이 아닐까 싶다.

보안검색대를 거치면 이제 베이징 출국장과 연결이 된다.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중국 패스트푸드, 피자헛 등이 있고 별로 살 것도 없어보이는 면세점이 몇 개 있다. 이제 여기서 기다렸다가 코펜하겐 행 비행기를 타면 되는거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3시간은 기다려야 할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쇼우두 공항 3터미널 전역에서는 와이파이가 무료다. 키오스크에서 여권을 스캔하면 최장 3시간까지 이용가능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발급해준다.[각주:2]

이래저래 보내다보면 이제 코펜하겐 행 여객기의 탑승수속을 알리는 방송이 들려올 것이다. 이제 다시 출발하자.


코펜하겐에서 환승, 근데 이거 너무 간단하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북구의 영역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비행승무원들이 한국 국적기처럼 모두 묘령의 여인인 것은 아니다. 더러는 남자도 섞여 있다. 대부분의 탑승객들은 방금 전의 나처럼 이 점을 꼭 짚고 넘어가는데, 사실 이건 한국과 북구가 가진(엄밀히 말하면 유럽이 가진) 전통적 성역할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물론 한국의 성 인식은 매우 고리타분하고 후지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각주:3]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조건 묘령의 여인이어야 할 이유는, 더욱이 획일화되고 타율적인 미의 잣대에 의해 특정 수준 이상으로 인가받아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비행기를 타고 가다보면 거의 2시간 간격으로 먹을게 제공되는데, 먹을 수 있을때 먹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된다. 내부의 안내 책자를 보니, SAS의 경우 국제선은 비알콜음료와 먹을거리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알콜음료는 유료로 제공되지만 유럽 내 항공편의 경우에는 먹을거리와 비알콜음료가 유료로 제공된다고 하니 말이다.


비행 중 콕핏에 장착된 카메라로 바깥을 구경할 수 있다.

▲ 비행 중 콕핏에 장착된 카메라로 바깥을 구경할 수 있다.



코펜하겐 이후 환승편에 대한 안내는 비교적 잘 되는 편이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도 내부 스크린을 통해 수 번 환승편에 대한 안내(출발시각, 탑승게이트)를 해주고, 비행기에서 내려도 공항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환승편에 대한 안내를 접할 수 있다. 역시 환승구역을 알리는 팻말을 따라 걷다보면 보안검색을 거치고, 이후 입국심사까지 받으면 환승 준비 완료. 입국신고서는 요구하지 않으므로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베이징 공항에서 한 것의 반복이기 때문에 쉽게 느껴질 것이다.

코펜하겐 공항은 굉장히 작다. SAS의 주요 거점 공항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내부 시설은 꽤 알차게 들어서 있는 편이다. 공항 자체가 작기 때문에 카페테리아의 테이블 배치도 굉장히 효율적으로 되어 있고, 게이트 간 이동경로도 꽤 준수하게 설계되어 있다. 북구 특유의 실용성이 눈에 띈다고 하면 오버일지도 모르지만, 내겐 그렇게 느껴졌다. (아마 코펜하겐으로 오는 동안 내내 '노르딕 모델'을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코펜하겐-프랑크푸르트 구간의 탑승장. 사람이 많이 서 있다. 전체적으로 작은 느낌이다.

▲ 코펜하겐-프랑크푸르트 구간의 탑승장.



프랑크푸르트에서 숙소로 가자

자, 이제 목적지 프랑크푸르트다. 집에서 나온 시각을 생각해보니 벌써 24시간 동안의 이동. 가격 때문에 이 항공편을 선택했지만, 차라리 나처럼 스트레이트로 올 거라면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환승을 한 번만 하거나 아니면 직항편을 타는게 이후를 생각하면 훨씬 수월할 것 같다. 물론 SAS 최고의 장점은 편도당 1회에 한해 중간기착지에서의 스탑오버가 무료라는 것이니, 유럽 오는 김에 코펜하겐도 들러봐야겠다 싶은 사람들은 코펜하겐에서 며칠 묵은 후 다시 이후 최종목적지로 간다면 훨씬 덜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비행장 중간에서 내려 터미널로 가는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 버스 입구와 하선을 위한 계단이 보인다.

▲ 비행장 중간에서 내려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솅엔협약 때문에 코펜하겐-프랑크푸르트 구간은 마치 국내선처럼 운영된다고 하고, 그 때문인지 하선은 비행장 가운데에서 했다. 우리나라 지방공항에서 국내선 탑승하면 하는 것 같이 말이다. 내려서도 따로 입국심사같은건 받지 않아도 됐다. 짐을 찾기 위해 배기지 클레임(Baggage Claim)이라 적힌 팻말을 따라 나가다보니 S-Bahn과 연결된 공항 로비로 나와 당황했는데,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게 맞다고 한다. 한 층 내려가면 짐을 찾을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있고, 이걸 챙겨 세관구역을 지나치면 이제 완전한 도착이다.

다시 한 층 내려가면 프랑크푸르트 시내로 가는 S-Bahn을 탈 수 있다. 유레일이나 독일 패스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혹은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개시하지 않았다면 탑승 플랫폼에 있는 자동판매기를 통해 표를 구입하면 된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부족한 점이 있다면 덧글로도 답변할테니 많이많이 질문해주시라. 
  1. 짐은 아마 연결이 될 것 같은데, 이건 인천 출발 때 대한항공 카운터에 물어보면 될 것 같다. 연결이 안된다면 짐을 찾고 SAS 카운터에서 보딩 패스 발권시 다시 부쳐야 하는 수고가 뒤따르겠지. [본문으로]
  2. 노파심에서 이야기하지만 아마도 이를 통해 접속한 기록은 모두 중국 당국이 보관하게 될 것이다.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적힌 영수증에도 선명하게 'real name'이 적혀 있다. [본문으로]
  3. 사실 아저씨들 이야기 중에 "아시아나가 아직까지 대한항공에 밀리는 이유"로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아시아나보다 인물이 낫다"는 것도 있으니 할 말은 다 한 셈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