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11, 유럽

6월 13일, 베를린 / 6월 14일, 베를린 - 프라하

클라시커 2011. 6. 15. 06:53
설명이 미진한 부분은 아래에 트랙백 건, 2008년의 포스트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니 참고해주시길 바란다. (굽신굽신)


6월 13일


13일은 박물관섬 관람일로 잡았다. 계획을 잡고보니 월요일만 전일관광이 가능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박물관섬에 위치한 박물관/미술관 중 핵심적인 페르가몬 박물관을 포함해 몇 곳이 개관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당연히 첫 방문지는 페르가몬 미술관. 72시간동안 교통편과 박물관섬에 위치한 미술관/박물관을 무제한 탑승/입장할 수 있는 베를린 웰컴 카드를 어제 구매(34유로)했기 때문에, 입장권을 사려는 긴 줄을 유유히 지나 열 손가락 안에 들 순번으로 입장했더랬다.

▲ 페르가몬 박물관의 내부.



사실 이 박물관이 뭐냐면, 터키 근처에 있던 페르가몬이란 구 그리스 도시의 제단을 뜯어와 전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곳이다. 예전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유럽에 위치한 대부분의 '유명한 박물관'들은 이렇게 20세기 초에 유럽을 휩쓸었던 제국주의의 혜택을 크게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여정에는 없지만, 런던의 영국박물관이 자랑하는 최고의 전시품이란 바로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떼어 온 프리츠인 것이나 여기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이 자랑하는 전시품이 페르가몬 신전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떄문에 대부분의 영역에서 선도적이고 상식적인 (체 하는) 유럽의 나라들이, 유독 약탈한 문화재를 다시 원 소재국으로 반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네스코 결의안을 애써 무시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페르가몬 박물관을 나와서는 바로 옆에 위치한 구 국립박물관으로 향한다. 영국박물관에 못지 않은 이집트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네페르티티 왕비의 흉상이 유명한 곳이다. 현재 이 곳의 경우, 시간대 별로 한정된 인원만 입장시키고 있으며 보데슈트라세(Bodestraße)에 위치한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할 수 있다. 베를린 웰컴 카드의 경우에도, 이 곳에 들러 웰컴카드를 보여주고 입장권을 받아 입장해야 한다.

점심은 근처 기차역 아래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해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에는 '비즈니스 런치'라 해서 피자를 6.95유로에 제공하는 곳이라는 설명을 론리플래닛에서 듣고 방문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베를린 곳곳에는 비즈니스 런치를 운영하는 곳이 많다.) 근데 낌새가 이상했다. 물어보니 13일이 성령강림절 월요일이라 해서 독일의 공휴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런치를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때 일어났어야 했는데... 너무 배가 고파 그냥 피자 한 판에 음료수 하나씩 시켜 먹고나니 27.50유로, 계산서를 보니 봉사료가 포함이 되어 있지 않아 2유로를 웨이터 친구에게 주고 나니 29.50유로. 우리 돈으로 무려 4만 8천여원이나 되는 점심을 먹고 말았다. (아, 나는 봉이구나!) 다행히 피자 맛은 뒤떨어지지 않아 그걸 그냥 위안으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참, 여기 피자 반 판도 판다.)

▲ 유대인 박물관의 한 곳.



다음으로 향한 곳은 유대인 박물관. 2008년에도 갔던 곳이지만, 여긴 갈 때마다 참 적응이 안되는 것 같다. 특히 최근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태도를 본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스라엘 정부=유대인"이란 등식이 꼭 성립되는 것도 아닌데다, 나찌의 만행에 의해 죽어간 유대인들을 추모할 수 있지 않나 싶긴 하다. 그러나 정서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이스라엘 정부와 유대인 커뮤니티를 떼고 생각할 수는 없을 뿐더러, 이 박물관의 전시품 중 절반 가량은 '위대한 유대인'이라는 상징(예, 유대인 위인들의 생애를 설명한다거나 - 괴테 같은 경우엔 나찌 통치 시절과 시대적으로 맞지도 않다!)을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프로파간다 쯤으로 생각되므로 비판의 칼날을 치우긴 어려울 것 같다.

13일의 마지막은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프로이센 왕국의 개선문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분단 독일 당시에는 동서를 가르는 관문의 역할을 하기도 한 곳이다.

▲ 브란덴부르크 문.



파리나 평양의 개선문과 같이, 대개의 개선문들은 로마의 포로로마눔 근처의 로마 시대의 티투스나 아우구스투스 개선문을 모방하고 있으나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입구에 있는 프로필라리아 문을 모방해 건립되었다. 문 위에는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를 태운 사두마차 조각이 올라가 있다. 이 조각은 문이 완공되고 4년이 지난 후인 1795년에 제작된 것으로, 나폴레옹이 1806년에 강탈해 갔다가 실각한 후 다시 되찾아 온 것이라고 전한다. 승리의 여신이 들고 있는, 독수리가 올라가 있는 철 십자가는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1814년, 조각을 되찾아 올 때 이를 기념하기 위해 추가한 것인데 원래 문과 조각이 각각 문화, 학문,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십자가를 올릴 때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6월 14일

▲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의 도입부.



14일은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날. 일단 숙소 근처의 이스트사이드갤러리로 향했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각주:1]는 1990년 스코틀랜드 미술가인 크리스 맥린의 주장에 동조하는 일군의 미술가들이 모여 꾸민 곳이다. 1.6Km의 장벽에 이 미술가들이 각자 그림을 그린 것인데, 2009년에 다시 재도색 되기도 했다. 사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건 동독의 마지막 총리였던 에리히 호네커의 '형제키스'. 호네커의 재임 기간 중 동독을 방문한 모든 동구권 인사들이 이 키스를 받았다는데, 다들 그닥 좋아하진 않았다지. 자세한 내막에 대해선 2008년에 작성한 포스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나는 통일국가의 분단국가인(人) - http://www.philobiblic.pe.kr/38

▲ 호네커의 형제키스. (이런 키스는 당하고 싶지 않다! 너무 끈적해!)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알렉산더 광장(Alexander Platz)다. 운터 덴 린덴과 함께 동독의 중심가였던 곳으로, 동베를린의 시청으로 쓰였던 '붉은 시청'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TV송신탑(Fernsehturm)' 되겠다. 이것이 지어지기 전까진 얼마 전에 다녀온 쾰른 대성당이 독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 알렉산더 광장에 위치한 붉은시청과 넵튠분수.


▲ TV 송신탑, 페른제투름.



세계 우애를 위하겠답시고 지은 만국시계도 있는데, 베를린 시민들 사이에선 '우라니아'라 불린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지, GMT +09:00 섹션에서 상위는 평양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 우라니아. 평양이란 글씨가 선명하다.



알렉산더 광장을 따라 걷다보니 루스트가르텐(Lustgarten)과 베를린 돔을 만났다. 이 앞에서 100번을 타고, 바로 카이저 빌헬름 교회로 향했다. 카이저 빌헬름 교회는 19세기 말에 완공되어, 합스부르크 왕가의 카이저 황제를 위해 헌납되었으나 세계 제2차 대전 도중 반파되어 흉물로 변하고 만다. 이를 동독에서 1960년대에 재건축하며, 애당초에는 원래의 교회를 부수려고 하였으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적물을 없앨 수는 없다'는 베를린 시민들의 집단 항의에 힘입어 현재와 같은 틀(원래의 카이저 빌헬름 교회를 새로 지은 현대적 교회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 카이저 빌헬름 교회가 개보수 중임을 알리는 표지판.



원래는 개방되어 있어, 입장하지 않고도 총탄자국이 선명한 교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현재는 개보수 중으로, 외관은 보기가 어렵고 내부 돔은 여전히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 베를린 돔과 페른제투름.



베를린의 마지막 방문지는 제국의회 의사당(Reichstag)... 이었습니다만... 애초 2008년에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는 줄을 서서 기다려도 볼 수 있었는데, 오늘 가보니 인터넷 예약을 우선으로 하고 남는 자리에 한해 현장 예약을 통해 개방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옛 기억만 믿다가 완전 망해버린 꼴이 되었는데, 아마 이건 이번 여행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의 한 자락이 될 지도 모르겠다. "옛 정보에 의존하지 말고, 새 정보를 찾아보자!" 제국의회 의사당 입장은 여기서 예약할 수 있다. → http://www.bundestag.de/htdocs_e/visits/kupp.html

▲ 제국의회 의사당.



이제 살고 싶은 도시 베를린을 뒤로 하고, 천년 고도 프라하로 향한다. 프라하에선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상하게 지난번 여행보다 더 교묘하게 다사다난한 기분이다. =_=


  1. 이 곳 말고도 베를린에는 장벽을 소재로 한 박물관이 두 곳 더 있다. 한 곳은 잘 알려진 체크 포인트 찰리로, 찰리 검문소 주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로 첩보영화에서나 볼 법한 담 넘는 기상천외한 방법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른 한 곳은 북역 근처에 위치한 베를린 장벽 기념관(Mauergeden kstaette)으로 베르나우어슈트라세 111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은 구태여 꾸미지 않고, 대신 옛 경계지대에 6m 높이의 철벽을 세워놓아 장벽의 막막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사실 베를린 장벽 그대로를 느끼고 싶다면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나, 체크포인트 찰리보다는 마우어게덴을 가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