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11, 유럽

6월 10일, 본-쾰른(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클라시커 2011. 6. 11. 13:02

프랑크푸르트의 호스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본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독일의 분단 시절에는 서독의 임시수도였으며, 베토벤이 태어나 20대 초까지 살았던 곳으로도 잘 알려진 곳. 그곳이 본이다.


근 40여년 간 임시수도였음에도, 본은 여전히 작은 도시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세계 제2차 대전의 패전 이후, 새롭게 독일연방공화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당시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콘라드 아덴하워(쾰른의 시장이었음)가 자신의 정치적 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과 로비전을 펼친 끝에 프랑크푸르트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수도로 정해졌다고 한다. 또한 원래는 바트 고데스베르크와 보이엘로 나뉘어 있던 곳인데 이를 합쳐 일종의 계획도시로 꾸민 것이라고도 한다.


중앙역에서 본의 가장 주요한 볼거리인 베토벤 생가까지는 걸어서 채 1Km가 되지 않다보니, 슬슬 나와 걷다보면 어느새 베토벤 생가에 다다른다.



베토벤 생가의 모습. 노란 벽을 가진 집인데, 이 벽 위를 포도덩쿨이 따라 올라간다.

▲ 베토벤 생가



베토벤 생가 옆에는 mika라는, 스시 뷔페 집이 있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집이 있던 것을 기억하고 방문했는데 알고보니 한국 분이 하시는 가게였다. 사장님 부부는 본에서 거주하신지 근 10여 년 정도 되셨다고 하는데, 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수를 물어보니 한 2백여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신다. 재밌는건 자제 분들은 독일이 싫다며 한국에서 살고 있어, 의도치 않게 이산가족이 되셨다고 한다. (사실 난 독일에서 살라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근데 사람 일이란건 모르는거다.) 물론 음식 맛은 훌륭한데, 다만 조금 짠 감이 있다.


점심을 먹고 나서니, 아침에는 분명 비어 있었던 베토벤 생가 옆 Markt 광장에 시장들이 들어서 있다. 장출혈성대장균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채소를 섭취하지 못한지라 장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때문에 '어떻게든 되겠지'란 심정으로 체리 1kg를 구입. 한국에선 1kg에 대략 2만원 쯤 하는 것 같은데, 여기선 달랑 3유로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까지 아무렇지도 않은걸 보니, 용케 잘 피한듯.)


체리를 구입한 본의 노점 앞. 이상하게도 다른 집은 한가한데 이 집에만 사람이 넘쳤다.

▲ 체리를 구입한 본의 노점 앞. 이상하게도 다른 집은 한가한데 이 집에만 사람이 넘쳤다.


체리 봉투를 찍은 사진. 원뿔형으로 생긴 봉투에 아저씨가 막 체리를 퍼 넣어준다.

▲ 체리 봉투를 찍은 사진. 원뿔형으로 생긴 봉투에 아저씨가 막 체리를 퍼 넣어준다.



체리를 먹으며 나서는 도중, 본 시내 번화가 앞에서 코카콜라 마케팅팀의 캠페인을 발견. 공짜로 한 캔을 막 주더니, 그 캔을 지정한 장소에 버리면 버거킹 50%를 할인권을 줬다. 독일에선 코카콜라가 1위가 아닌 모양?



코카콜라 마케팅 캠페인 모습. 왼 편 부스에선 콜라 한 캔을 나눠주고, 오른편에는 지정 쓰레기통이 있어 여기에 다 마시고 난 캔을 넣으면 버거킹 50% 할인권을 준다.

▲ 왼 편 부스에선 콜라를, 다 마시고 난 캔을 오른 편 의인화된 콜라캔 그림이 있는 쓰레기통에 넣으면 쿠폰을 줬다.



본에서 일을 다 보았으니, 이제 쾰른으로 이동한다. 사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라인 협곡을 따라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고 쾰른으로 가볼까 싶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트부터 본까지 오는 기찻길은 이 라인 협곡을 따라 이어져 있는데, 포도밭이 조성된 협곡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라인강을 보니 왠지 대운하를 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게 함정이라면 함정! (가카는 말씀하셨지, "일단 해 놓으면 좋아할 것"이라고!)



쾰른 중앙역 전경. 구 역 오른편에 신 역사를 짓고 이를 이어 놓았다.

▲ 쾰른 중앙역 전경



쾰른에 도착해 보니, 중앙역 바로 앞에 웅장하게 자리잡은 쾰른 대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이 성당 때문에, 쾰른은 독일 가톨릭의 총본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콘라트 아데나워가 이 쾰른은 시장이었는데, 도시 분위기 때문인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고 한다. 독일은 종교개혁의 진원지로서, 신교의 세가 강할 줄 알았는데 또 이런 곳도 있다니 의외다. (더군다나 본은 대표적인 신교의 나라인 네덜란드와도 매우 가깝다. 암스테르담까지는 초고속 열차로 2시간. 반면 자국의 수도인 베를린까지는 초고속 열차로 5-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웅장하게 선 쾰른 대성당.

▲ 웅장하게 선 쾰른 대성당. 로마네스크-고딕 양식으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성당이라 한다.


쾰른 대성당의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 모습

▲ 쾰른 대성당의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 모습


쾰른 대성당의 궁륭

▲ 쾰른 대성당의 궁륭



종탑까지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는데(성당 입장은 무료다.), 다른 유럽의 성당에 비해선 저렴한 편이다. 다만, 올라가다보면 '내가 왜 내 돈을 내고 이 고생을 하는가'란 생각이 들지도. 올라가다보면, 역시나 많은 커플들이 자신의 이름을 펜으로 적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나는 이걸 볼때마다 늘상 이 사람들은 아직도 잘 사귀고 있는가 하는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긴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당연한 거니, 이들 중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게 얼마나 되겠으며 또 그래야 할 의무도 없는 건데 말이다.


8시에 대성당 내에서 비발디와 모짜르트의 미사곡이 연주된다고 해서, 잠깐 참석했다가 나왔다. 500여 개의 계단을 올랐더니 피곤하기도 했고, 역시 미사곡은 내 취향은 아니어서 말이지... -_-;;;



(보너스) 독일의 핵 발전소.


▲ 프랑크푸르트-본 구간의 열차 내에서 촬영한 핵발전소. 코블렌츠 주변에 위치해 있었다.


▲ 쾰른 대성당 종탑 위에서 본 풍경. 저 멀리 핵발전소 여러 기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