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11, 유럽

6월 15일, 프라하 / 6월 16일, 체스키 크루믈로프

클라시커 2011. 6. 17. 06:07
6월 15일

15일에는 프라하 관광을 나갔습니다. 일수로는 2박 3일의 체류였지만, 첫 날은 늦게 체크인을 하고 마지막날에는 일찍 체스키 크루믈로프로 가야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프라하 관광을 할 수 있는 날은 15일 밖에 없었죠.

▲ 프라하 시내 전경. 스트라호프 대수도원 뒤에는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에 오르면 기막힌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몇 가지 '달라진 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08년에 제가 프라하에 왔을때는 정말 '동구권'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코룬이라는 자체 화폐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서구권과 별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귀신이 나올 것만 같던 중앙역(흘라브니 나드라지)는 리모델링으로 몰라보게 달라졌고, 거리엔 이전보다 많은 네온사인들이 수놓고 있지요. 숙박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 역시 직전에 거쳐왔던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올해 발간된 론리플래닛 역시, '더 이상 프라하를 저렴한 목적지로 볼 수는 없게 되었다'고 첫 머리부터 설명하고 있더군요. 다만 여전히 식음료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각설하고, 오늘 루트는 구시가 광장-천문시계-루돌피눔-아기예수 성당-스트라호프 대수도원-로레타-프라하성-까를교로 정했습니다. 모 현지여행사의 루트를 베낀거라지요. :) 사실 이 여행사를 이용하고 싶었는데, 하필 15일에는 투어를 할 계획이 없다니 어쩝니까. 자체투어라도 꾸려서 나가야죠.

▲ 천문시계. 정각에 인형이 움직입니다만, 실제로 보시면 크게 실망하실지도.



구시가 광장은 틴 성당부터 얀 후스 동상, 그리고 천문시계가 있는 구 시청사까지 우리가 '프라하'하면 떠올리는 많은 것들이 집약되어 있는 장소입니다. 그만큼 사람도 많고, 먹을 것도 많습니다.

구 시청사가 있는 구시가 광장에서 시청 앞을 따라 걸어가면 까를 교와 이어지는 까를 가가 나오고, 시청 뒤편을 따라 걸어가면 유대인지구(요제포브)가 나옵니다. 역설적이게도, 까를 교의 사진을 찍으려면 요제포브 근처의 다리에서 찍어야 하죠. 다만, 까를 교가 프라하 성의 정문이라 할 수 있는 서측 입구와 연결되는데 비해 요제포브 근처의 다리는 프라하 성의 동측 입구와 연결됩니다. 물론 동측 입구보다는 서측 입구가 걷기도 쉽고 네루도바 거리를 비롯해 볼 것도 많습니다.

트램을 타면 프라하 성 서측에 위치한 스트라호프 수도원에서 여정을 출발할 수 있습니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이 프라하 성보다 고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스트라호프 수도원-로레타-프라하 성으로 이어지는 길은 내리막길이고 비교적 편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까를 교에서 오는 길, 즉 네루도바 거리는 경사가 20도 정도 되는 오르막길이라 조금 힘들긴 합니다.

▲ 로레타 성당. 다이아몬드가 박힌 성체현양대가 주 전시품입니다.



프라하 성 입장권은 구성이 좀 바뀌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09년도판에서는 숏 투어에 성 비타성당, 화약탑, 구 왕궁, 황금소로가 포함되어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이번에 제가 겪은 바로는 성 비타성당, 이르지 성당, 구 왕궁, 황금소로가 포함되어 있고 가격은 250/125(성인/학생)이군요. 사실 이 중에서 성 비타성당과 구 왕궁을 빼면 나머진 볼 게 그닥 없습니다.

▲ 성 비타 성당.



프라하 성을 나와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구 시가 광장 근처, 첼레트나 거리에 위치한 파스타 집을 갔습니다. 번역가이신 @42jay 님께서 소개해 주신 곳인데요. 평소 맛을 사랑하시는 제이님의 추천에 걸맞은 맛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좀 호구상이라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코스요리를 주문할 것을 은근슬쩍 추천한다거나 메인요리 외에 샐러드와 같은 전채요리나 후식을 주문할 것을 계속 권하는건 조금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서비스 차지를 안 주고 나왔다고나 할까.)

▲ 석양이 진 무렵의 까를 교.



식사를 하고는 잠시 숙소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는데, 빌어먹게도 카메라 SD카드를 가지고 나오지 않아 석양이 진 프라하와 까를 교 사진을 손전화기로 밖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 이를 달래기 위해 바츨라프 광장(지하철 무즈텍 역) 근처에 있는 '신시가지 맥주집'에 가서 꼴레뇨와 맥주를 마셨는데 그 역시도 손전화기로 밖에 찍지 못했군요. DSLR로 찍었으면 훨씬 맛있게 나왔을텐데 말입니다.

▲ 이것이 바로 꼴레뇨입니다. 족발에 맥주를 붓고 구운 요리.



이렇게 또다시 본 프라하의 밤이 저물어 갑니다.


6월 16일

▲ 체스키 크루믈로프의 전경.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는, 이곳에서 체스키 크루믈로프를 휘감고 흐릅니다.



체스키 크루믈로프로 가려고 하고 있는데,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프라하 공공운수 노조가 파업을 해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었다는 것입니다. 트램이나 버스은 다행히 운행은 하였지만, 평소에 비해 운행편수가 현저히 줄어 배차간격이 꽤 늘었다고 합니다. 정작 남의 나라 사람들은 무지하게 불편해 하고 있는데 웬걸, 정작 프라하 시민들은 별 상관없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교통체증도 없었고, 다만 평소보다 출근 시간이 조금 앞당겨진 모양이었습니다. 체코가 과거에 노동자권을 '중시'한다는 공산권 국가인 모양이어서도 그러겠지만,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표정은 그냥 덤덤함 그 자체더군요. 헌법이 보장한 단결권을 행사하는, 지하철노조나 전주버스 노동자들에게 "시(서)민의 발목을 부여잡고 놓아주지 않는 악덕 파업" / "파업 때문에 수시 망쳤다" 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고 그에 쉽게 동조하는 어느 나라 (사람들)과는 참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저희도 일찍 집을 나서 트램을 타고 버스 터미널이 위치한 안델로 향했습니다. 체스키 크루믈로프 역시도 기차를 타고 갈 수는 있으나, 관광지가 밀집한 시내와 역이 크게 떨어져 있어, 걸어서는 30분이고 택시를 타면 8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반면 중앙 버스터미널은 구시가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지요. 버스요금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기 때문에, 체코에서 유레일이 사용되고 있는 지금도 많이들 이용하는 모양입니다. 체스키 크루믈로프 행 버스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바로 저희가 타고 가려는 스튜던트 에이전시 사의 버스이고 안델에서 출발합니다. 다른 하나는 플로렌츠에서 출발하는 버스인데, 스튜던트 에이전시의 경우에는 예약이 필수지만 플로렌츠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예약이 필수가 아닙니다. 또한 중간 경유지로 체스키 부데요비체가 있는데,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가 체스키 부데요비체에서 많이 비는 편이니 예약을 혹 못했다면 유레일을 이용해 중앙역에서 체스키 부데요비체까지 이동한 후 버스를 타는 것도 방법이리라 생각됩니다.

체스키 크루믈로프는 에곤 쉴레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정작 에곤 쉴레는 딱 2년 밖에 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쉴레의 그림이 너무 '퇴폐적'이라 마을 촌로들의 결의로 쫓겨났기 때문이라고는 합니다. 사실 지금 봐도 여성의 음부를 아무렇지도 않게 묘사하는게 조금 재밌긴 하죠.

체스키 크루믈로프의 다른 볼거리로는 체스키 크루믈로프 성이 있는데요. 성곽 내부를 걷는 것은 무료입니다. 가이드 북에는 '성에 들어가려면 가이드와 함께 들어가야 한다'고 하여 조금 모호하게 기술되어 있는데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성곽 내부 관람은 무료입니다. 가이드 투어가 필요한 것은 오직 성에 있는 건물 내부를 보는 일 뿐입니다.

▲ 모처럼 한적한 체스키 크루믈로프.


근데 사실 막상 와보니, 제가 지난번에 가 봤던 카를로비 바리보다는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로텐부르크와 같은 호젓함을 느끼기도 힘들었어요. 물론 어쩔 수 없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왠지 나만 알던 곳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배가 아프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