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11, 유럽

6월 11일,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바이에른) - 6월 12일, 베를린

클라시커 2011. 6. 13. 07:07
집을 떠난지 나흘째, 강행군의 여파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나 로텐부르크 o.d.T와 같은, 내륙의 외진 지역은 열차를 타고 가더라도 최소 세 번은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꽤 중한 피로감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말이 어렵지만, 정리하면 이렇다. 어제 블로그에 포스팅을 못한 것은 너무 졸렸기 때문이다!)

쾰른에서 세 번을 갈아타고, 로텐부르크에 도착했다. 갈아타는 것 때문에 로텐부르크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는데, 막상 해보니 그렇게 복잡하진 않은 것 같다. 정리하면 대도시에서 뷔르츠부르크까지 갔다가, 슈타이나흐(Steinach) 행 열차를 탑승. 다시 슈타이나흐에서 로텐부르크로 가는 열차를 타면 된다. (그나마 슈타이나흐-로텐부르크 구간은 로텐부르크가 종점인 기차 단 한 대만 운영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CF를 통해서도 알려진 것이지만, 기나긴 30년 전쟁에도 이 도시가 안전했던 것은 당시 시장이 황제측 사자와 '3L 와인 단숨에 들이키기' 내기를 하여 성공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인생은 한 방이랄까...

어쨌거나 그 노력의 결과로 로텐부르크는 지금 로만틱 가도와 고성 가도의 교차점으로서, '중세 독일의 진주'라는 평까지 얻는 위엄을 누리게 되었으니 역시 인생은 한 방(...)이란 말이 맞다.

로텐부르크 시청 앞. 비수기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 로텐부르크 시청



그냥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도시라지만, 그래도 역시 여행에는 먹을게 있어야 한다. 슈네발렌이란 과자가 이 도시의 명물인데, 페이스트리를 설탕이나 땅콩 등에 버무린 과자다. 하얀 슈거파우더를 뒤집어 쓴 모습이 마치 눈뭉치와 같다고 해서 지어진 그 이름, 슈네발렌. 도시 곳곳에서 판매하지만, '100배 즐기기'에서는 유명한 집을 소개해줬는데 09년판 책 기준으로 모호한 주소만 하나 제시했을 뿐 지도에 표시까진 해주지 않았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여기라고 한다. http://bit.ly/ikybqJ 



제과점 창문 안쪽으로 가득 쌓인 슈네발렌이 보인다. 맛있게 생겼다.

▲ 제과점 앞에 쌓인 슈네발렌들.



▲ 로텐부르크 시청의



마침 주말이어서 그랬는지, 축제가 있다며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1인당 2.5유로였는데, 처음엔 낼까말까 반신반의하다가 그냥 냈다. 사실 2.5유로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에 대해선 알아보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주말도 반납하고 열심히 코스프레를 하는데 그 정도는 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 구식 차량을 탄 할아버지. 자체 행사 중 하나였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다시 중심가인 시청광장으로 돌아오니, 왠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가장행렬을 할 모양이던데, 실제로 그랬다. 한참 쫓아가다보니 한 켠에 마련한 특설행사장으로 이어졌고 거기에선 맥주와 소시지가 제공되고 있었다. 물론 무료는 아니었고, 추가 금액이 15유로 정도 필요했던 것 같다. (애당초 입장료를 12유로 낸 사람은 추가요금 없었음.)


그 주지육림(!)의 행사에 참가하고 싶었으나, 엄마와 나는 그 돈이 아깝지 않게 뭘 먹을 깜냥이 안되었고 대략 6시간을 넘게 걸었던 탓에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게다가 직전 동네 할아버지가 하는 주점에서 500cc들이 둥켈과 필센을 먹은 영향도 있었다. 때문에 그냥 이 좋은 기회를 저버리고 그냥 호텔로 직행. 가자마자 꿈같은 하루를 보냈다.



▲ 가장행렬을 준비중인 사람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역으로 향했다. 베를린으로 가는 길은 온 길의 역순. 로텐부르크 역에서 기차를 타고 슈나이나흐에 일단 가서, 뷔르츠부르크 행 열차를 타면 이 시간을 잃어버린 세계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바이에른이여 일단 안녕!


난감했던 건 뷔르츠부르크에서 괴팅엔까지는 잘 왔는데, 괴팅엔에서 베를린 가는 ICE가 급작스럽게 취소되었던 일이다. 우리 뿐만 아니라, 그 열차를 타려 했던 사람들 모두 패닉. 역무원은 ICE 대신 IC가 대체편성되었다며, 예약과 관계없이 탑승하면 된다고 계속 말했지만... 어차피 독일패스 때문에 예약과 관계없는 우리는 그냥 이래저래 어려워진 상황. 아무리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빈 자리를 찾아 앉으면 되는게 유럽 기차여행의 매력인데 모두가 다 예약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짝을 찾아 앉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려한 바 대로, 기차에 오르니 이미 기차 안은 아수라장. 게다가 구형 IC여서 큰 짐을 넣기도 어정쩡한 구조였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끼어 앉아 결국 목적지인 베를린에 도착했다.


호스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 이 호스텔에 관해서는 내일이나 모레 쯤 따로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 월요일에 휴관하는 게말트 미술관을 헐레벌떡 찾아가서 관람을 한 후에, 북역 근처의 베를린 장벽 기념유적을 방문했다. 일단 베를린 이야기는 이 쯤 하기로.



▲ 베를린의 자랑.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장. 건물이 참 포스트모던하게 생겼다.



▲ 북역에 위치한 베를린장벽 유적. 61년부터 91년까지 이 곳의 장벽을 넘다가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