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L과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거의 내 이야기를 하느라 잠을 못 재워서 일단 L에게 미안하다. L은 이 근래에 내 복잡한 심리 상태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가장 거지같던 시절을 함께 한 사람이고, 그 이후에 내가 어떻게 회복되었는지도 눈으로 본 사람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의 회복을 바라며, 이 이후에 내가 다시 어떻게 망가질지 걱정하며 보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L은 내게 우선 일상으로 돌아가 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내가 여행 막바지에 얻은 고민이 좀 없어지지 않겠냐고. 그러나 계속 그 고민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벌써 돌아온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돌아온 직후인 월화 이틀 간은 L의 조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