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 57

8월 3일, 체코 프라하 - 프라하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빈에서 슬리핑카를 타고 프라하에 도착. 예약비 30유로와 체코 국경부터 프라하로 들어오는 기차비용 30유로를 합쳐, 무려 60유로를 내고 탄 슬리핑카는 안전하고 안락했다. 방마다 있는 세면대에다가 뜨거운 물이 잘 나오는 샤워실, 방 내에 구비된 식수. 60유로가 만만치는 않은 돈이었지만, 그래도 뭐 그 정도의 가치는 한다고나 할까나. 6시 30분에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해서는, 소개된 루트를 따라 민박집을 찾아갔다.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있다가 민박집에서 만난 분들과 길거리로 나섰다. 프라하에서는 박물관 관람보다 그냥 분위기를 느끼리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과 일정을 맞추기가 훨씬 수월했다. 프라하의 하늘은 맑았다. 그 끝을 모를 만큼. 어찌어찌 하다가 찾아간 천문시계. 정각이 되면 하..

8월 2일, 오스트리아 빈 - 한 잔의 멜랑게에 아쉬움을 달래다

빈에서의 이틀째, 웜뱃 더 라운지(http://www.wombat.eu)에서의 아침은 상쾌했다. 웜뱃 자체가 워낙 이름난 곳인지라 스탭들의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시설 역시도 수준급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다른데에 비해 가격이 크게 비싸거나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얘네들이 기본적으로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동방예의지국의 쓰잘데기없는 규칙을 몰라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이 많은데 설마 뻘짓이라도 하겠느냐고 생각하는지 대체적으로 유럽의 도미토리들은 혼성방mixed room을 준다. 물론 민감한 여성들을 위해 여성전용방이 있긴 하다. 남성전용방은 없는데, 그것은 미학적인 관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어쨌거나 아침에 일찌감치 체크인을 해두고 돌아와보니 글쎄, 정원 6명중 나까지 포함해서 4명이 한국인이..

8월 1일, 오스트리아 빈 - 얻은 것과 잃은 것

7월 30일, 바쁜 하루였다. 오전에는 베네치아에서 밀라노까지 가서 최후의 만찬과 성당을 구경해야했고, 저녁에는 야간열차를 타고 베네치아에서 뮌헨으로 향해야 했기 때문이다. 식사도 거른채 7시에 출발하는 에우로스따에 몸을 실었다. 최후의 만찬이 있는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에 도착하니 시간은 11시 45분. 오후 1시 15분 티켓일 거라 생각한 나는, 여유있게 리셉션에 들어가서 표를 달라고 했다. 직원이 몇 번 검색해보더니, 이상하다면서 표를 뒤적거렸다. 아뿔싸, 11시 15분에 예약한 것을 13시 15분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원래 이 곳은 정확히 25명씩 15분간만 관람을 시켜주며, 시간이 지난 사람은 절대 들여보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우 측은한 표정을 지었더니 직원이 난처해하면서 이번 ..

7월 29일, 이딸리아 베네치아 - 운하의 도시에 오다

드디어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대운하로 모든 것이 이동하는 도시. 지반침하로 인해 점차 가라앉고 있다고는 하나, 베네치아 시 당국의 노력으로 차츰 나아지는 추세라고. 하루 일정이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채비를 해서 관광을 나섰다. 첫 출발지는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와 레이스공예로 유명한 부라노. 수상버스를 타고 2, 30분 정도 나가야 하는 곳이다. 무라노에 도착하자마자, 삐끼가 '무료로 유리공예를 구경해 볼 수 있다'며 자신들의 공방으로 관광객들을 인도한다. 따라가 봤더니, 제법 규모가 있는 공방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예 과정은 안 보여주고 물건만 보여준다. 사라는 건데, 사려고 봤더니 괜찮은건 50유로가 훌쩍 넘는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그냥 바깥으로. 공방을 나와..

7월 28일, 이딸리아 로마 - 8일간의 로마생활을 정리하며

드디어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납니다. 21일부터 대략 8일간 머물렀던 로마를 등지고, 내일이면 - 현재 로마는 오후 10시 반쯤 되었습니다 - 베네치아로 간다. 짧게 정리해보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짧지 않은 로마에서의 일정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마의 정취를 모두 느낀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여정을 대강 설명하고 로마, 그보다는 이딸리아에 오기 전에 취해야 할 우리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오늘은 '비밀의 열쇠구멍'이란 곳을 갔다. 로마 시내에는 바띠깐 말고도 몰타 기사국이라는 또다른 소국이 있다. 거대한 성곽으로 둘러싸인 바띠깐 시국과는 다르게, 이 곳은 딸랑 건물 하나가 국토의 전부다. 그렇다고 해도 나름의 화폐와 우표를 발행하는 엄연한 국가란다. 몰타 기사국과 인접한 싼 안젤..

7월 27일, 이딸리아 아씨지 - 싼 프란체스코와의 만남

그 좋다는 아씨지에 입성. 역시나 그 명성답게 레지오날레에서 내리자마자 한국사람들 여럿 맞아 주신다. 역 앞에 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 아씨지의 버스 노선은 딱 세 개. 그 중에서도 역과 시내를 잇는 것은 Linea C가 유일하다. 그러니 걱정말고 버스를 타자. 요금은 타바끼에서 사면 0.8 유로고, 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사면 1.5 유로다. 거스름돈 안 준다고 딱 맞춰내라는 표지판이 정류장에 붙어있다. 그러나 안 내도 된다는거 알다시피, 아씨지는 싼 프란체스코가 활동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읍내의 모든 성당들, 내지는 유적지들은 모두 그와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행적을 좇기 보다는 아씨지라는 마을의 풍광에 매료되어 그 곳을 자꾸 찾는다.

7월 26일, 이딸리아 피사 - 사탑은 왜 기울었을까?

두둥!! 다시 새 아침이 밝았다. 어제부터 약간 일기가 지지부진해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이 도시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건데, 그러기엔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특히나 피렌체... 우리나라의 경주처럼 이 도시도 그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다. 미켈란젤로와 지오또, 그리고 단테의 고향인 이 곳에서 나는 왜 그들의 영감을 받지 못했나 싶다. 다시 가자니 시간이 없고, 그냥 가자니 아쉽다. 내 뒤에 가는 분들은 꼭 참고하기 바란다. 오늘은 피사에 갔다. 사실 피사는 피렌체와 함께 보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 자체가 워낙에 작은데다 외국인이 볼 만한 것은 두오모와 사탑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 역시도 4시간 기차를 타고 가 정작 구경한 것은 1시간 남짓이었다. 그나마도 역에..

7월 25일, 이딸리아 피렌체 - 드디어 두오모에 오르다!

포스팅을 읽기 전에 재생 버튼을 눌러보아요. 오늘은 BGM이 필요해요. 드디어 아오이와 준세이의 로만틱 스토리가 살아있는 피렌체에 방문했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면서 피렌체의 그 모습에 얼마나 절절해 했던가. 물론 그 전경을 보기 위해 경제적 지출을 감행해야 했지만 말이다. 6시 30분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향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타야 했지만, 피렌체를 가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만 했다. 8시 6분에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레 역에 도착해서 바로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과 함께 유럽 3대 미술관에 속하는 이 미술관은 원래는 피렌체의 맹주, 메디치 가의 집무실이었던 것을 개조한 것이다. 메디치 가는 꽈트로첸토, 즉 르네상스를 불러온 주역으로 손꼽..

7월 24일, 이딸리아 로마 - 싼 삐에뜨로 광장과 꾸뽈라, 빵떼옹, 뜨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아침 일찍부터 바티칸으로 향했다. 엊저녁 바티칸 투어가 너무 늦게 끝나, 싼 삐에뜨로 대성당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끝내고 떼르미니 역에서 64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안에는 출근을 하려는 이딸리아인들로 북적댔다. 외지인을 바라보는 어색한 시선들을 즐기며 로마의 아침햇살을 받았다. 광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바티칸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이딸리아의 모든 관광지의 상태가 요새 다 이렇다. 조금 유명하다 싶은 곳은 표 사는 데만 한, 두시간 정도를 들여야 한다. 근데 그게 사람이 많아서기도 하지만, 이딸리아인들 자체가 좀 느긋한 탓도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기자가 많으면 다른 카운터를 열어서라도 입장을 시키지만, 얘네들은 그냥 그대로 간다. 이걸..

7월 23일, 이딸리아 로마 - 바티칸 시국과 야경투어

많은 가이드북들은 이딸리아를 관광하기 위해 몇 개의 축을 설정해두고 있다. 쇼핑 축, 유적-유물 축, 박물관-건축물 축인데 사실 뭐 박물관과 유적 · 유물을 나눈다는게 어이가 없긴 하지만 - 미술관이라면 모르겠으나, 박물관의 경우에는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모아놓기 때문이다 - '효율적인 관람'을 위해서는 나름 잘 설정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 세 개의 축 중, '박물관-건축물 축'에 해당하는 바티칸 시국을 다녀왔다. 세계 천주교의 총본산이자, 한때는 교황을 시발점으로 한 권력의 중심지였던 곳. 장구한 천주교의 역사와 함께 이 곳도 그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물론 이 시국이 무솔리니와의 협약을 통해 이탈리아로부터 독립되었다는 점,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무솔리니와 그의 협력 · 동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