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 164

뚜껑은 열렸나

뚜껑이 열렸다. 3분의 2를 얻지 못하는 수. 사람들은 '그러니까 진즉 당원총투표로 해야 하지 않았냐'라고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나오는 그런 말들은 그냥 죽은 자식의 불알을 만지는 일 뿐. 다른 방법이 있는데 하지 않아 아쉽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모름지기 사안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이 어떤 방법이든 도출된 결론에 수긍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시점에는 그런 믿음조차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미 대세는 통합으로 기울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정치를 '힘을 얻는 것'이라 정의하고 실행할 때에, 여러 모로 통합을 하는 것이 정의한 '정치'를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대의원들 역시 그런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고..

여전하구나

여전히 진보정치판은 신당과 민노당의 통합 논의가 유일한 뉴스인 모양이다. 신당이 본격적으로 통합을 시도한 것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게 올 초니까 벌써 7개월째 같은 이야기 뿐인 셈이다. 사실 '지겹다'라고 쓰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말하는건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 같다. 이미 '성격 차이'로 분당을 맞이했던 두 조직이 다시 하나가 되는 일이 칼로 물벤 듯 쉽게 될 리가 없다. 더군다나 두 주체가 각자 체급이 다르다는 점에서, 빠른 결말은 필시 힘이 달리는 조직의 '굴복'을 필요로 할테니 장기전으로 가는 것이 여러모로 옳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고고하게 살겠다고 흙탕물같은 정치판에서 발을 빼 버린 나다. 흐르는 물에 귀도 손도 발도 입도 씻었지만, 삶은 나아진게 없다. 따라서 여러모로 생각할 때에, ..

건보료 부과체제 개편에 대한 짧은 코멘트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미래위원회가 새로운 건보료 부과체제를 심의·의결했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차를 줄이고, 그동안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건보료 부과를 피해온 자산가들에게도 의무를 지우기 위해 금융·임대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까지 직장가입자들의 경우에는 종합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산정·부과되었다. 따라서 재산의 보유정도 및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납입해야했던 지역가입자들보다 적은 액수를 납입할 수 있었다. 이에 대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건보료 납입을 지원하는 업체에 위장취업하여 직장가입자로 편재되거나, 혹은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건보료 징수를 회피하거나 적은 건보료를 내는 일이 ..

진보(개혁)가 주목받는 이유

아, 물론 진보(개혁)가 잘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진보는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그렇고, 아마 내일도 지금같이 시궁창같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딱히 무슨 근거가 있어서 하는 주장은 아니다. 각설하고, 이 글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할 것이냐면. '좌파, 우파'라 규정해야 할 시점에 왜 '진보, 보수'라는 말이 횡행하느냐다. 특히 반이명박 계열에서는 '진보'란 말이 무슨 '이명박 싫어'와 동급처럼 취급되는 것 같다. 덕분에 '진보'라는 말은 그 자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더 나은'이란 선명한 이미지를 실추하게 되었는데, 나는 이것이 매우 정치적이고 권력적인 언어 사용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일단 왜 '진보'란 말이 '좌파'란 말보다 선호되는가를 생각해보자. 일단 '좌파'란 말이 가진 역사적..

아, 정말 분점 정부 구성은 판타지라니까 자꾸 그러시네.

요새 심 선생님의 행보가 심상찮다. 엊그제는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시더니, 오늘은 레디앙과 인터뷰를 하셨다. 한진중공업 일과 관련해 단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두 언론매체 모두 그것보다는 심상정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이 두 인터뷰에서, 역시 심상정 선생님은 자신의 지론인 연립정부론을 설파하셨고 두 언론 모두 부제나 중간 제목으로 이를 끼워넣기에 바빴으니 말이다. 앞서 작성했던 포스트인 '분점 정부 구성은 가능한가'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남조선의 현행 의회제도 및 정치문화상 분점 정부 구성은 매우 어렵다. 위 포스트의 논지를 간단하게 다시 이야기하면 이렇다. 현행 헌법상 국무위원의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다. 의회는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그냥 보는 한국 금융기관사 ① - 우리은행] 대한천일은행

이걸 지금 왜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얼마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주제라 그냥 끼적끼적 써본다. 사실 시리즈물로 구상은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얼마나 연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느긋히 재밌게들 읽어주시라. 일본 자본의 침투로 인한 경제예속화와 조선의 저항 1876년, 조선과 일본이 맺은 조일수호조약(일명 '강화도조약')에는 개항장 내에 일본의 조계를 설정하여 일본 상인들의 조선 진출을 가능케한 내용이 있었다. 이에 1978년, 부산에 지점을 설립한 제일은행을 필두로 하여 많은 일본계 금융자본 역시 조선으로 앞다투어 진출한다. 조선의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이 자칫 일본에 대한 조선의 경제예속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여겼다. 마침 대한제국이 설립이 선포되며 실시한 광무개혁(1897년) 중..

쿨하지 못해 미안해!

나는 어제 '그대, 잘 가라'란 제목의 글을 써 올린 바 있다.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오가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특히 이 글을 읽고나니 내가 너무 졸렬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나름의 사과문 겸 반성문을 쓸까 한다. 나는 왜 협상안에 분노하는가. 생각하고 보니 그럴듯한 이유가 없다. 아마도 민노당에 대한 일종의 '습관적 분노'가 아닐까 싶긴 하다. 물론 변명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내가 신당에서 당원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벽'을 여기서도 또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벽'에 대해 구차하게 부연하자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신당의 지도부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촛불집회 때도 쏟아지는 제안들을 소화하지 못했고, 이후의 국면에서도 적극적인 당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

그대, 잘 가라

이도저도 아닌 회색분자의 입장이라, 입을 여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은 해야겠다. # 합의문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그래도 우리당의 입장을 잘 반영한 합의문 아니냐'는 반응이 있는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친다면야 어떤 협상인들 다 성공적인 협상이 아닌게 있으랴. 이 분들은 합의문 중 대표적으로,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는 부분을 들어 '북 정권 비판 가능'이란 신당의 지상과제가 해결되었다고 외치고 싶은 모양이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 앞의 '새로운 진보정당은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가 아니겠는가. 이 문구를 조금 윤색해 말해본다면,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렇게 가 버린 젊은 날

지난했던 2년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었다. 남들에겐 무슨 날인가 싶겠지만, 여튼 내겐 의미가 있다. 더 이상 도망갈 데도, 피할 데도 없어졌다는 것. 그것 때문이다. 20대 초의 기억에는 빈 공간이 많다. 다양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던 나날들, 그것이 빈 공간들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들은 변화무쌍하게 이동한다. 내 경우엔 이동성이 그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빈 공간'이라 여겨지는 걸테고. 어쨌거나 어제의 소집해제와 함께, 이제는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버렸다. 반십년을 주저앉아 있던 상태에서 곧바로 길고도 먼 레이스에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의지에 따라 이후에도 여전히 서 있을 수도 ..

중요한건 지지성향이 아냐

오랜만에 라디오를 듣다가 김어준이 새로 시작한다는 꼭지를 들었다. 평소에 '그쪽'에 밝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한동안 '김어준을 MBC가 섭외한 것이 김미화를 쫓아낸 것을 물타기하기 위해'란 설이 돌았다고 한다. 실제로 주위의 몇몇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꺼내며 김어준을 만류했으나, 김어준이 "상관없다. 들어가서 신랄하게 까주겠다"고 하여 섭외가 이루어졌다고도 전한다. 생각해보면, 연예인들이 정치권과의 커넥션을 토대로 정계에 입문하거나 혹은 지원유세에 동반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한 역사는 길다. 또한 정치권이 특정 연예인들은 문제삼는 것도 흔했고. 가령 신중현의 경우에는 후자의 케이스인데, 자신과 관련한 노래를 지어달라는 박정희의 부탁을 거절해 대마 사건에 휘말렸다는 설이 있다. 이주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