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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공간 - 경남 김해, 봉하마을

아빠의 휴가로 찾아온 모처럼의 가족여행, 그러나 계획은 하나도 세우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던 차에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는 겸사하여 김해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곳에 가는 발걸음이 이토록 무겁지는 않으련만. 세 시간을 달려 봉하마을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찾은 것은 '아방궁'이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애초부터 아방궁이 있었는가. 아무리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행복'하다지만, 이럴땐 제발 보고 믿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오가는 사람들이 분주한 가운데 한 켠에 사람들이 어떤 것을 두고 빙 둘러 서 있었다. 5월 23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기념물 때문이었다. 그 '아주 작은 비석'을 보기 위해 다가가니 눈에 많이 익은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사람의 눈은 오늘도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

근황

출근 잘 하고 있습니다. 사무직이라 그렇게 육체적으로 어려운 일은 없는데 아무래도 정부출자기관이라 그런지, 회사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좀 보수적입니다. 원칙과 법규가 우선이라 할까요? 가끔은 그런게 과하거나 또는 권력의 크기에 따라 자의적으로 그 혜택이 분배되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만, 그래도 원칙적으로 저런 수준의 상식적인 보수라면 꽤 바람직하다고도 여겨집니다. 공익근무요원은 공개적으로 정치적 글을 쓰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지만, 저는 그래도 쓰고 싶습니다. 요샌 그닥 글이 땡기지 않아 잠깐 손을 놓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마냥 손놓고 있을 수 만은 없는 노릇이지요. 빠른 시일내에 어깨에서 힘을 빼고 제 나름의 스타일로 짜인 글 한 편 내놓겠습니다. 늘 건승하십시오. 겨울은 춥고 어둡지만, 봄은 반드시 옵..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2009년 5월 14일, 국가의 부름 아닌 부름을 받고 육군훈련소로 발걸음을 향했다. 4급이기에, 고작 4주 훈련을 마치면 다시 사회로 돌아올 몸이어서인지 가는 동안, 한편으로는 긴장도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덤덤하기도 하였다.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가까스로 한 명의 의원을 건져내어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우리당도 생각해 보고,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놀라운 불통 스킬을 구사하고 계시는 그 분도 생각해 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가지 재정적 문제에 부딪힌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그런데 그 때의 그 생각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고된 훈련을 받던 어느날,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이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늘 피하기보다는..

2008년 개정된 한국 근현대사 연표

더 이상 관리를 할 수가 없어 현재의 저작권 정책(영리사용금지, 제작자 표기, 동일조건 변경허락)을 영리사용허락, 제작자 표기, 동일조건 변경허락으로 변경하고, 조만간 수정이 가능한 엑셀파일을 올릴 예정입니다. 사실 이와 관련해 모 학원 강사 측과 저작권 분쟁이 있던 역사가 있어 - 그리고 학원 선생들이 노력도 하지 않고 남의 저작물을 함부로 가져다 쓰는 행태가 괘씸하여 - 그동안 지적재산권을 주장하여 왔습니다만, 이는 평소의 제 지론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제 저작물이란 이유로 타인의 기여에 의한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제 연표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1년 8월 16일. 한상욱(클라시커, philobiblic) 드림. ================..

글이 짧아 죄송합니다

근래 그냥 눈에 띄는 글 몇 개를 받아 읽다 꽤 재밌는 블로그를 하나 찾았는데, 그곳이 '하민혁의 민주통신'이란 곳이다. (주소야 뭐, 원체 유명하신 분이니 포털사이트에서 까딱까딱 몇 번만 하면 나올 거라 짐작되어 굳이 링크 걸긴 싫다.) 글을 꽤 시원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씀 다 하시면서도, 그렇다고 논점에서 벗어나는 일 없이 차분히 끌어나가는 모양새를 보노라면 글 쓰는 데에 도가 텄다는 게 아마도 저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근데 글쓰는 솜씨도 일품이지만, 그 양반이 다루는 컨텐츠도 이건 뭐 거의 '썬데이 서울' 수준이다. 질이 낮다는게 아니라, 나쁘게 말해 선정적인 주제를 찾아 잘 다루는 것 같더라. 뭐, 또다른 유명 블로그인 민노씨가 평하듯 '위악'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는 하는데, 어쨌든..

4월 14일, 봉평 허브나라-이효석 생가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중 며칠 전, 한 포털사이트의 메인에 오른 '상수 허브랜드' 포스팅을 보고 봄나들이가 가고 싶어졌다. 마침 화요일이 생일이고 해서, 바람도 쐬고 또 이번에 새로 산 네비게이션의 성능도 시험해볼겸 엄마를 졸라 나들이길을 나섰다. 여기저기에 물어보니 허브랜드보다는 봉평이 낫다는 이야기를 듣고, 목적지를 그곳으로 전했다. 결정과정에 허브나라가 '국내 최초'라는 데서 오는 아우라도 한몫했지만, 그보다는 ..

어느 '주머니병' 환자의 고백(?)

알바를 하다 짬이 좀 나서 마우스를 들고 덜컥거리다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김진 변호사가 한겨레21에 연재하던 '노 땡큐!'란 꼭지의 '주머니병'이란 기사였다. 클릭을 하고난 후 처음으로 든 생각은 '당혹감'과 '부끄러움'이었다. 당혹감이 든 것은 내가 평소에 하고 있는 짓거리를 너무 명확하게 설명해주었기 때문이었고, 부끄러움은 그것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블로그 하나를 꿰차고 그저 '시발시발'거리고 있는 인생이지만, 나도 한 명의 소시민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종종 당황스러워 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몇몇 사람들이 나를 꽤 "막나가는 '활동가'"로 알고 있을 때다. 물론 한 달여 광장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기억도 있지만, 나는 언제나 전선에서 가장 멀고 안전한 곳에 있었다. 막나가는 삶을 사..

정신 나간 시대와의 대면

시절이 수상하다. 비단 이명박 씨와 그 졸개들 때문만은 아니다. 시대를 구성하는 구성원들과의 이질감 때문이랄까. 아니, 솔직히 말해서 이질감이라기보다는 '혐오감'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역겨움', 그것이 내가 나를 포함한 요즘 사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씁쓸함 중 하나다. 소위 진보 진영, 더 구체적으로 말해 좌파 진영에서는 오랫동안 가진 금기가 있어 보인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민중과 함께 가야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가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NL, PD 따위의 논리들도 결론적으론 이론가들의 말싸움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바탕에는 '민중'이란 허황된 구심체가 있었다. 한국 사회의 좌파가 실천보다는 주의에 경도된 환경에서 태어났기 때문인지, 그때로부터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지금도 여전히..

요새 근황

블로깅이 뜸했다. 지인으로부터 별안간 도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요 며칠 간 밤낮없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 생각없이 다니고 있었는데 그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능력도 좋다고 부러워했다. 경제사정이 어려워 알바를 구하는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란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으면 가장 힘없는 계층부터 그 여파에 밀려난다더니, 그 말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상황은 상황이고, 요새 나를 짜증나게 하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강호순과 민노총, 그리고 김연아다. 앞의 두 대상들이야 누구에게나 짜증을 유발하는 것들이지만 김연아는 왜 그런지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이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김연아가 삼성과 광고계약을 맺은게 싫었다.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교복광고'를 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