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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간첩들은 어디로 갔나?

요 며칠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으려니 기가 차다. 때 아닌 땅굴 소동에 '대남 전면 대결태세'는 대체 또 뭐야. 게다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는 '남북전쟁', - 그걸 백번 쳐봐라, 그래봤자 The Civil War 이상 나오나 - '북한땅굴'과 같은 요상스러운 것들이 줄줄 올라온다. 급격히 '국민'의 안보논리가 강조되는 이 시점에서 국내 최고 사정기관 수장 둘이 그만두고, 한 사람은 그만둘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자리는 이전보다 더 이명박 씨와 가까운 사람들로 채워졌고, 또 채워질 전망이라 한다. 상식적으로 사람을 경질하더라도 그러한 인사이동은 평시에나 일어나야 맞다. 경질될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가 재직했던 기간동안에 그 조직은 그를 필두로 움직였기에, 급박한 활용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그를..

몇 가지 끄적끄적

미네르바의 구속 사태 이후로 많은 누리꾼들이 국외에 위치한 서버로 망명을 떠나는 모양입니다. 뭐, 전 아직 실제로 그런 분들을 접하진 않았습니다만 각 언론사에서 현재 상태가 저렇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고 있더군요. 이명박 씨의 수준상 충분히 제2, 제3의 미네르바가 나올 개연성 역시 높고요. 다행히도 제 글은 '선동'하기엔 99%나 부족한 점이 많아 망명할 걱정은 덜게 되었습니다. 설령 제 글 중 일부가 잘못되어 잡아간다하면 잡아가라 하지요, 뭐. 어차피 앞으로 2년 동안은 행안부 소속으로 국방의 의무를 질 것이기에 도주의 우려도 없고 워낙 천성이 게을러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으니, 영장이 나오면 우스운 일이겠고요. 서슬이 시퍼렇던 어느 해에는, 공안기간에 끌려가 취조를 받는 것이 훈장이라도 되는 듯 자랑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시세밑이 되면 으레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송구영신'입니다만,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임기제인지라 함부로 내다버릴 수가 없더군요. 원체 비겁자라 어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못나가고 KBS랑 칼라TV만 켜놓고 지켜보고 있는데, 역시나 기분만 엄청 상하고 말았습니다. 보신각 종이 서른 세 번 타종되는 순간에, KBS에서는 '희망의 나라로'란 독일 가곡을 불러주더군요. 노래 가사를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희망의 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자유, 평등, 평화, 행복'이 '가득'해야 하는데 과연 내년에 저 전제조건들이 충족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우울한 한 해가 되겠습니다만, 죽지는 마세요. 신께서는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고통만 인간에게 주신답디다. 그말인 즉슨, 언젠가는 우리도 MB를 쓰러뜨..

[블로그파업] 파업을 보는 여러분에게

여러분들이 이토록 파업에 관심을 가져주다니, 우선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은 언젠가부터 '노조'와 '파업'을 악의 축으로 생각해왔었지요. 어떤 사람도 그 파업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파업의 목적인지 알지 못한채 그저 주류 언론의 소설에 휘말려 파업을 비난하기에 바빴지요. 혹자는 이렇게도 말합디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파업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미안하지만, 그것은 파업의 의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파업이 갖는 힘은 '불편함'에서 옵니다. 지하철노조가 파업을 하고, 운수노조가 파업을 하고, 전교조가 파업을 하는 건 자신들의 직업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하는 매우 영리한 '반항방법'입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불편을 초래'함으로서, 자신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봐주기를 ..

한심한 총학생회선거 (끄적거림 수준)

현재 성균관대는 한창 총학생회 선거 기간이다. 시험기간인데 왜 선거가 이뤄지고 있냐면 사실 할 말은 없다. 지난 정식 선거기간 중에 드러난 율전 측 선본 정후보의 부적합한 행동 -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었다 - 으로 인해, 그렇잖아도 단선으로 진행되던 선거가 파국을 맞았다는 사실은 시사주간지 '시사IN'의 보도를 통해 이미 잘 알고들 계실테다.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연석 중앙운영위원회는, 비대위를 꾸려 비상체제를 이끌어나가는 대신 12월에 재선거를 치르기로 결의했고 그 덕분에 이런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거다. 참고로 말하자면, 오늘(16일)까지의 투표율은 명륜 25%, 율전 16%. 총학 후보가 당선하기 위한 절대수치인 투표율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수준이다. 사실 신입생인 나로..

몇 가지 도상에 관한 몇 가지 코멘트 -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보고 (시안)

한양대의 임지현 교수는 역사상 모든 독재 정권이 다 대중의 암묵적 동의하에 건설되었다는 ‘대중독재론’을 펼친 바 있다. 애초에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은, 순전히 브이가 지니고 있는 대중관이 이 임지현의 대중독재론과 유사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이런 시시껄렁한 나의 잡학적 호기심에서 발동했다. 줄거리 미래,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 규범을 벗어났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어디론가 끌려가고, 거리 곳곳에 카메라와 도청 장치가 설치되어 모든 이들이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평온한 삶을 유지한다. 어느 날, ‘이비’라는 소녀가 위험에 처하자 어디선가 한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준다. 재빠른 칼놀림, 명석한 두뇌와 모..

사회적인 '숙명'을 배려해야 하는 이유

여성과 거의 평생을 함께 하다시피 하는 게 있다. 남편이냐고? 아니다. 바로 생리다. 10대 때 2차 성징의 일환으로 시작되는 생리는, 중년 이후 완경기까지 대략 4, 50년 간 여성의 일생과 함께 한다. 생리는 많은 점에서 여성의 활동을 제약하는데,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생리와 함께 찾아오는 생리통이다. 남자 입장에서 생리통이 어떤지 말할 수는 없지만, 생리통을 전면에 내세워 진통 효과가 좋다고 강조하는 약들이 미디어에 범람하는 현실은 그 고통의 크기에 대해 짐작이나마 가능케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리로 인한 불편함 때문에 학교에 출석하지 못할 경우, 이를 공결로 인정하는 ‘생리공결제’의 도입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생리공결제가 인정되어야 하는 윤리적 이유는, 그것이 일종의 숙명이며 그 숙명..

왜 계속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지 따져 묻지 마라

유럽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아테네에서 만난 형과 델포이를 함께 간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국제정세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되었다. 그 형님 말씀이, 푸틴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다. 잠자던 불곰이었던 러시아를 다시 깨운 사람이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후에 총리직을 수행하게 되었으니, 그렇지 않냐는 거였다. 뭐, 따지고 보면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 가관이었던 것은 그 말 뒤에 이어진 이야기였다. "푸틴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본 러시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푸틴을 총리에 옹립한거야. 교수님이 이야기 해 주신 건데, 실제로 푸틴 임기 전에 각 사회단체와 국민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푸틴에게 또다시 권력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생각한 묘안이 바로 총리 임명이라 하더라고. 역시 큰 ..

'예술사와 철학사상' 과목의 시험을 위한 끄적거림 -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미에 대한 관점

플라톤의 미학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데아란 일종의 관념적인 세계다. 예를 들어 장인이 사각형의 책상을 만들었다고 했을때, 그것은 이데아의 모방품이다. 완전무결한 사각형 상판을 지니고, 네 개의 다리가 90도로 붙은 완벽한 모양의 책상은 단지 개념으로서 오직 이데아의 세계에서만 존재한다. 플라톤은 모든 사물을 이렇게 보았다. 다시 말해, A란 물체는 허상이며 그것의 본질은 이데아란 이상적 세계에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 현실이란, 어디까지나 이데아의 모방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회화나 시는 이 현실을 또다시 모방하는 것들이다. 예술품들은 회화보다는 한 단계 낮고 실재(reality)의 세계인 이데아보다는 두, 세 단계나 낮아 존재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