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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점 정부 구성은 가능한가

며칠 전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글 중에는 각료 배정을 통한 행정권의 공유와 정치 의제의 합의를 통해 중도-진보 간 분점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주장을 담은 게 있었다. 이전부터 이런 주장들이 있어왔다고는 들어왔으나, 난데없이 그 구체적인 실현가능성이 궁금해졌다. 우선 각료 배정을 통해 행정권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분립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가능한가. 장관직 임명과 관련해 몇 가지 사실만 알아보자.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장관은 국무위원인 사람 중에서 국무총리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 제94조) 국무위원/장관의 임명 과정에서,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개최하지만 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할 뿐 임명에 대한 동의/부동의를 결의할 권한은 없다. 따라서 국회가 부정적인 내용의 경과보고서를 채..

[짧게 쓰는 글] 그에게 남은 것은 포르노그라피 뿐이다

그의 입이 열렸다. 몇 명을 접대했는지, 누가 그 리스트에 들어있는지는 일부러 관심갖지 않는다. 절망 속에서 선택을 한 그를 다시 꺼내 부관참시하는 기분이어서다. 그런데 안팎으로 나도는 이야기를 보니, 그 부관참시가 너무나도 참혹해서 몇 가지만 생각을 공유하면 어떨까 싶다. 그에게 남은 것은 포르노그라피 뿐이다. 얼마나 많은 남자들은 몇 번이나 만족(!) 시켜주었는지를 궁금해한다. 겉으로는 점잖아서 그렇지, 정말 @XQ_ 님 말마따나 체위까지 궁금해 할 참이다. 일부 양식있다는 사람들은 그 리스트가 살아있는 권력과 가깝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전후관계는 따지지 않고, 이 권력은 부도덕한 권력이니 얼른 교체하는 것이 맞다고만 역설한다. 그런데 정말 이 문제 밖에 없나 싶다. 나는 이 문제에서 두 가지..

구성애의 <아우성>과 지금

늘 그렇듯, 도서관 알바를 하다 한 구석에 자리잡은 구성애의 이란 책을 보았습니다. 한때 참 이 방송 모르면 간첩 소리 들을 정도로 유명했던 방송이었죠. 이전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던, 설사 말하더라도 매우 간접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청소년의 성을 거의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다뤘기 때문인데요. 이게 처음 방영되어 세간에 관심을 몰았던게 1998년, 그리고 인기에 힘입어 재방영된게 2005년으로 기억합니다. 아우성 생각을 하니 줄줄이 다른 프로그램들이 생각났습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도올의 노자강독이랄지, mbc의 같은 인문적인 프로그램들이 (그러고보니 모두 공교롭게도 mbc 방송들이군요!) 지난 10년 동안 많이도 회자되었습니다. 방송에서 성과 철학, 문화같은 아주 '여유로운' 담론들이 풍요롭던 ..

복지에 대한 짧은 메모

어제 도서관에 아르바이트하러 갔다가 이란 제목의 책을 서가에서 발견하고 집어들었다. 아직 읽기는 전인데 평소에 복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나누고자 간단히 적어본다. 여기에서 '복지'란 단어는 대충 '무상(공짜)'와 같은 의미로 인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 '복지'란 단어와 함께 등장하는 '무상의료'니 '무상급식'이니 '무상보육'이니 하는 것들에 공통적으로 '무상'이 들어가기 때문인 모양이다. 그러나 복지가 곧 공짜는 아니다. 복지는 조건없이 제공되는, 시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란 시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적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현대국가에서 조세는 시민의 의무이며, 이 조세를 통해 시민에게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정부의 의무이다. 따라서 복지..

멈추어야 하나, 아니면 계속 해야 하나

제가 평소에 흠모하옵는 Sid (@Sid0831) 님과 함께 요 며칠간 '사업'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Sid님의 '장학재단은 돈놀이 집단'이란 평소의 지론이었는데, 그런 한계를 넘기 위해 소액신용대출을 하는 사업을 해보자는 것으로 이야기가 흘렀던거죠. 근데 결국엔 자본금 마련의 문제에 부딪혀 멈췄습니다. (지금 당장 어려운건 초기자본금의 마련입니다. 대출을 하려면 자본금이 있어야 하는건 당연한 이야기고, 하다못해 사단법인 하나 만드려고 해도 최소한의 자본금을 마련해 주무관청에 사업의 의지가 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아니, 사실은 그것보다는 모험을 줄이고 싶어하는 저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며칠 동안 이야기를 못하고 있는데... 이 사업을 접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사실 이 이야..

민주당의 복지클릭

회사라 (사실은 아는게 없어) 간단히 적습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무상보육을 채택했다는 기사가 한겨레 1면에 실렸습니다. 엊그제까지는 무상의료를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무상보육을 이야기하다니 그들의 변신능력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진보진영에서는 민주당의 '증세없이 보편적 복지 가능하다'는 주장을 근거로 열심히 '의사(pseudo) 보편적 복지다'라 이야기하는 모양입니다만, 전 그런 네거티브 전술은 반드시 실패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증세없는 보편적 복지는 불가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한국같이 간접세 비중이 엄청나게 높은 나라, 그리고 뭐든 직접 부과되는게 아니면 쉽게 잊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증세없는 복지'는 가능하리라 봅니다. 간접세를 올려 증세를 하는건, 금방 잊혀져서 증세가 아닌 것..

진보 정치판 '보스 정치/계보 정치'와 진보의 쇄신

지금까지 진보(좌파) 정당에서 좀 한 자리 한다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정당 바깥에서 얻은 권력을 그대로 정당 내부까지 들여온 케이스인데, 이런 상황이 매우 협소한 운신의 폭을 낳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령 심상정이나 노회찬의 경우에는, 현재 마치 '진보(좌파)정치진영의 파수꾼'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들의 제도권 정치경력은 겨우 4년이다. DJ나 YS, JP는 물론이고 현재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같은 보수 정치진영의 우두머리들이 기본적으로 재선 이상인 것과 비교해 생각해보면, 매우 일천한 경력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천한 경력에 비해, 그들이 갖는 이 바닥에서의 영향력(이나 위상)이 보수 정치진영의 우두머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지도할 자리에 있지 않음에도, 이들은 끝없이 자신의..

[짧게 쓰는 글] 지향의 차이

보통 투표를 하다보면, '투표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란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하는데 정말 그런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2010년 6월 제5회 지방선거, 강남구에는 한나라당 후보가 둘 나왔다. 전임 구청장이었던 맹정주가 공천에서 탈락하자, 이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나왔던 것이다. 맹정주는 2006년에 실시된 제4회 지방선거에서, 무려 78%의 득표율로 당선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겨우 25% 밖에 얻지 못했다. 현직 프리미엄이란게 있을 법도 한데, 민주당의 이판국 후보와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득표를 했다. 다시 제5회 지방선거. 자정까지 이길 것만 같았던 민주당은, 개표 막판에 쏟아진 오세훈 몰표로 패배한다. 이 몰표는 강남3구의 개표함이 열리면서 등장했는데... 라고 까지 쓰..

너님들은 스스로부터 진보적으로 변하세요

제목만 보면 사뭇 진지한 얘기를 할 것 같지만, 그럴 일은 없다. 조국의 운명이 친일매국노 세력에 의해 - 나는 사실 그보단 유사 파시스트들이 더 무섭긴 하던데 - 풍전등화인 상황이라 여기고 계시든지, 아니면 스스로 혁명의 주체가 되기를 염원하는 사람들은 그러니까 그냥 상큼하게 뒤로가기를 누르면 된다. 왜냐하면 조국을 구하거나, 혁명을 하셔야 할 분들에게 이 글은, 읽기엔 시간만 낭비하는 글이니까. 모두들 해프닝으로 끝났다고 여기는 일 중 하나. 싸이월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SK컴즈가 돌연 약관 및 개인정보보호방침(이하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개정했었습니다. 새롭게 바뀐 개인정보 관련 규정에는 MAC어드레스를 수집한다는 조항이 반영되었었지요. 이 일로 한창 여론이 들끓었었어요. MAC어드레스는 주민등록..

진보신당의 문제가 아니라 너의 문제

김준성이 최근 "진보신당의 진로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이란 글을 썼다. (트래픽 올려주기 싫어서 일부러 링크는 안 건다. 구글에 제목만 넣어봐도 나올텐데?)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사람의 글인데, 어쩌다보니 자꾸 찾아서 읽게된다. 좀 매력있는듯? 근데 뭐 이 포스트가 그 글에 대한 반박을 하고자 하는 글도 아니고... 애초에 내가 그럴만한 깜도 안되는지라 그냥 좀 인신공격성 발언 몇 자만 남기고 간단하게 정리할까 한다. (솔직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니까, 실컷 이거 읽느라 시간보내고 나서 씩씩대며 욕할거면 그냥 안 읽고 욕해도 된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다 말도 안되는데, 이까짓게 좀 말이 안되면 어때서?) 그의 글에는 나름의 고민이 있다. 그가 지적했듯, 한국에서 진보정당 운동 한다는 사람들 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