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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방향

내가 이제까지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설계했던 길은 이미 무너졌다. 모두에게 각자의 삶이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나만의 길이 있을 것이고 그 길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무너졌으리라 생각한다. 며칠 내내 멍해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문득 다시 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이야기지만, 살아남아야 한다. 내가 여기서 멈춰 서더라도 이 미친 세상은 계속 미쳐 돌아갈 것이다. 기왕 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을 멈춰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나도 멈춰버리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해보자. 그렇게 살아남아보자고 다독여본다.

일상記/2015 2015.06.07

금사빠

금사빠가 뭔가 했더니 ‘금방 사랑에 빠지다’를 줄인 말이라고.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말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도 최근에 ‘내로남불’로 축약되며 제2의 전성기를 살던데 이것도 그런 모양이다. 각설하고, 금사빠라면 나도 한 금사빠 한다. 특히나 나는 주변에 이상하게 미인들이 많은데, 꼭 이 사람들한테 너무 빠르게 빠져드는 것 같다. 조금만 잘 해주면 나를 좋아하나 하는게 흔한 남자들의 착각이라던데, 나는 그게 좀 심하다. 이거 너무 연애를 안 해 본 티를 내는게 아닌가. 그렇게 몇 번 연애를 했지만 결론이 좋지 않았다. 금방 빠져든 사랑은 그 유효기간도 길지 않더라. 그렇게 데여도 보고, 남에게 상처도 주고 하는 걸 반복하다보니 누구를 옆에 둔다는 것이 참 힘이 든다. 사람..

일상記/2015 2015.06.02

길지 않은 이야기

하루 종일 뭔가 피곤한 하루였다. 나를 버린 회사에서 일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인턴 시절에 알았던 사람들을 만난다거나 하는 일은 이제는 그러려니 싶은데, 그래도 공간이 주는 무기력함 같은 건 여전하다. 이번에도 다시 떨어졌기 때문에, 아마도 나는 이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이 회사에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처음 한 번 떨어뜨렸을 때는 여러 사람들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이해받을 수 있지만, 두 번째 떨어지는건 뭔가 여기가 나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왠지 하반기에 쓸 일이 있다면 또 여기를 쓸 것 같다는 것이 좌절스럽다. 그런거다. 내가 삼수 끝에 간 학교인데도 자꾸 옆 학교들을 기웃거리게 하는 그 마음. 쓰다보니 기분이..

일상記/2015 2015.06.01

익숙한 것에 대하여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를 그만뒀다. 가장 최근 작성일을 보니 2013년 8월. 지금으로부터 대략 1년도 더 된 날짜다. 그만두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여러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여자친구와도 관계가 좋지 않았고, 더불어 취업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이것저것 하기 시작한 때기도 했다. 더 크게는, 이제는 그 누구도 긴 글을 찾아 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 같다. 페이스북 같이 기민하나 더 큰 파급력을 가진 매체가 있었고, 이어 글보다 사진이 더 눈에 들어오는 인스타그램 같은 매체가 인기를 끌었다. 아니, 사실 드문드문 올라오는 그런 사회관계망서비스까지 애초에 갈 일도 없었다. 적은 데이터사용료만 내면 실시간으로 근황을 물어볼 수 있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가 있는데, 대..

일상記/2015 2015.05.31

[용산>이태원동] The Booth

2008년에 유럽여행을 어찌저찌 다녀오게 되었는데, 독일에서 마신 맥주는 정말 한국에서 맛 본 맥주와 차원이 다르더군요. 뭔가 탁한 것이 청량함은 좀 덜했지만 그 풍미가 으뜸이요, 한국에서는 마셔보지 못한 맛이었지요.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이 바이에른의 자랑, 바이젠이었습니다. 라거 맥주가 대세인 한국에서는 쉽게 마실 수 없는 맥주였지요. 한국에 돌아와 찾아보니, 저처럼 여행에서 접한 맛을 한국 맥주로 달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 사람들은 결국 '홈브루잉'이란 것을 한국에 들여오고야 말더군요. 저도 그 이야기에 혹해 키트를 찾아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검색해보니 한 번 만들면 대략 5-6리터 정도가 기본으로 생산된다고 하여, 술을 많이 먹지 못하는 제게는 고역일 것 같아 제풀에 그만두긴 했지..

분노의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그렇더라.3개월을 죽쑤며 담아왔던 이야기를, 사석이 아닌 공석에 준하는 자리에서 이야기할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오늘 그 기회를 우연찮게 잡았다. 앞으로도 그럴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시험기간을 맞아 학습을 하는 한편으로 조금씩 '분노'하는 컨텐츠를 찾아 채워넣어야겠다. p.s. 좋아서 미치겠는 사람이 있지만, 왠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접자. 접어버리자.

끝은 새로운 시작이냐

정말 오랜만이다. 블로그보다는 페이스북에 상주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발표되는 생각들은 많아진 대신 그 길이가 짧아지고 깊이가 얕아졌다.이것이 일종의 트렌드인지, 아니면 내 개인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다.아마도 신중한 반응이라기보다는 '귀찮음'에서 연유한 반응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게다. 여튼, 근 3달 간 내 일거수일투족을 지배했던 것에서 서서히 탈출하고 있다.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일과 더불어 요근래 나를 얽매왔던 것들과도 작별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것 아닌 일들이고 말들이었겠지만내게는 정말 끌어안고 가기엔 버거운 것들이었다. 훌훌 털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길을 선택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나도 좀 더 우울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나는 무엇때문에 혼자서 세..

'헤어짐'에 대하여

만난 적이 없으니 물론 헤어짐이란 것도 없으련만, 그래도 헤어져야 할 때가 있다. 심정적으로 말이다. 단순히 짝사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게 아니라, 그냥 관계의 단절이랄까. 내색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 사람에게 평소에 가지고 있던 기대나 호감같은 것을 접어 넣는 때 말이다. 그런 경우다. 계속 그런 생각이 드는구나. 머릿속에 있던 수많은 리스트들이 정리되고, 봉투에 담겨서 캐비닛으로 차곡차곡 들어간다. 아마도 다시 그 사람들이 나오는 경우는 없을테다. 경험상 그렇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이렇다. 나는 당신들이 바쁠 때 써먹을 수 있는 도구같은 존재가 아니다. 나는 당신들 하나하나를 믿고,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당신들을 보필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당신들이 '자신의 일'을 핑계로 삼는다면, 나 역시도..

이게 선거인가! 이게 사는건가!

통진당과 민통당, 두 통합당만의 선거연대인 이른바 '두통연대'가 성사되었다. 두 당이 어떤 이유에서 급하게 녹색당이나 진보신당 같은 다른 야당들을 따돌림시키면서까지 자신들만의 밀실논의를 '야권연대'란 보기에 그럴싸한 허울로 포장을 치려 드는지는 결과에서 아주 명쾌하게 드러났다. '두통연대' 합의문에 따르면 가장 낡고 위험하며 즉시 폐쇄해야 할 핵발전소, 고리1호기가 있는 부산 해운대기장을과 후쿠시마 핵참사 이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발표된 경북 울진 · 봉화 · 영덕 · 영양 지역구에서 통진당 후보가 용퇴하거나 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아주 '공교롭게도' 이 지역에서 후보등록을 한 민통당 소속 후보들은 '찬핵 세력'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결론만 말한다면, 강령에서든 정책으로든 입으..